◎서 시혜적태도·동 열등감 갈등/양측 장점딴 새 이념 정립 필요【베를린=강병태특파원】 45년간 분단됐던 민족의 재결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적통합차원을 넘어 인적 사회적통일을 이루는데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또 이 인적 사회적통일이 독일사회전체의 의식과 이념에 초래할 변혁의 성격이 통일을 앞둔 시점의 지적논의의 주제였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이 통일의 사회적측면에 관한 논의는 미래의 변화 보다는 당면한 동서간 갈등 등 통합의 부작용에 관한 경고와 처방에 매달려왔다. 표출되는 갈등이 그만큼 심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동서독사회간의 심리적 갈등은 단순하게는 『서독인의 우월적 태도와 동독인의 열등감의 대치』로 표현된다.
통일후 기존가치의 전면붕괴와 함께 경제개편에 따른 실업사태속에서 서독의 「지혜」에 의존하는 상황은 동독인들 사이에 「2등시민」이란 비탄과 자괴심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는 통일이 안겨줄 것으로 믿었던 경제적 복지에 대한 기대가 깨진데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까지 발전한것으로 규정된다.
한편 서독주민들의 우월감에도 「시혜자」로서의 관대함이 아닌 불만과 분노가 깔려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게으른 동독인」들을 돕기 위해 힘들여 쌓은 서독의 부를 쏟고 개인적 부담이 늘어나는데 대한 불만과 「시혜」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동독인들에 분노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심리적 갈등을 심각히 여기는 정치지도자들과 학자들은 『동서간의 골을 극복지 못하면 진정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작가 페더·벤더이는 이를 『장벽붕괴로 인적통일이 가장 먼저 왔으나 실제 인적통일이 가장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인적 사회적통일의 장애도 경제적 진통의 와중에 과장인식된 부분이 많다.
권위있는 알렌스바흐연구소의 노엘레노이만 소장과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여론조사에서 동서독인간의 심정적 격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또 「동독의 정신적 대변인」으로 존경받고 있는 슈톨페브란덴부르크주 총리는 『동서독간에 상이한 가치관과 태도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상이성의 긍정적 측면을 주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슈톨페총리의 규정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동서독간 갈등이 부각되면 통일초기의 불가피한 혼란기가 지나면서 양쪽의 상호이해 내지는 수용을 강조하는 논의가 늘어나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동서독체제의 이념에 대한 재평가를 촉구하는 주장도 포함돼있다.
사회의 통합달성을 위한 논의에서 우선 두드러지는 주장은 동독체제의 과오내지는 비극을 서독인들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란 지적이다.
야당 사민당의 콘라드·엘머의원은 최근 『전후 서독인과 다를바 없는 동독인들이 비록 강요된 것이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수용한것은 나치과오의 책임을 짊어진것』이라며 『서독은 과거의 부담을 덜어준 동독이라는 새로운 「적」의 출현에 즐거워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역사의 양지쪽에 우연히 섰던 서독은 이제 동독인들을 심판할 위치에 있지않고 연기됐던 전쟁배상금을 동독지원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톨페 브란덴부르크주 총리도 『동독을 역사의 돌연변이적옹이로 규정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책임」 논쟁은 과거 청산차원을 넘어 통일 독일의 사회적이념 정립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통일을 전후해 동독학자들과 서독의 좌파학자들은 『통독체제가 지향했으나 실패한 사회주의 이상은 계속 추구돼야할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콜 독일 총리도 『번영과 사치속에 묻혀있는 독일의 이상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서독사회의 변혁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이념적 논의는 통일의 혼란과 동구사회주의 붕괴의 격동속에 묻혀 버렸었다.
그러나 혼돈속에서도 『동독이 이데올로기를 청산했듯 서독도 이념적 맹목을 버리고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동독을 흡수한 독일사회는 「좌」쪽으로 한층 기울것이란 당초 예상은 첫통일 총선에서 동독주민들이 우파기민당을 지지함으로써 빗나갔었다. 그러나 초기의 열광이 실망으로 변한 지난 5월 슈피겔지 여론조사결과 동독지역에서의 기민당 지지율은 총선당시 41.8%에서 28%로 폭락했다. 대신 좌파사민당 지지율은 24.3%에서 38%로 상승했다.
이같은 동독인들의 변화는 전반적 경제상황에 대한 실망외에도 여성과 노인 기층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혜택이 상대적으로 후퇴한데 따른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과 함께 서유럽으로부터 중부유럽으로 복귀한 독일에 대해 외부세계는 민족주의 강화,동구에 대한 자본주의적 진출확대 등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통일1주년을 맞는 독일언론들은 『차기 총리가 사민당 또는 기민당좌파 그리고 동독지역에서 나올 것인가』라는 질문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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