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폭기 핵도 단계철수 가능성/반대급부 극대화에 주력해야부시 미대통령이 28일 발표한 핵군축안은 공동 명망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는 원대한 첫 걸음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모든 지상발사 전술 핵무기의 폐기를 선언함으로써 미국의 대한 핵우산정책은 중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게됐다.
한국에 배치된 것으로 믿어지는 미 핵무기는 주한미군의 존재와 함께 강력한 전쟁억지력으로서 한국전쟁이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 요소였다. 57년말 아이젠하워 행정부에 의해 한국에 전술핵이 도입된이래 미국의 역대정권은 전쟁 재발방지를 위해 핵무기의 강력한 억지적 가치를 한국방위에 부여해왔다.
더욱이 닉슨 행정부는 닉슨 독트린에 의한 주한 미지상군 감군 과정에서 오키나와(충승)로부터 전술핵 일부를 한국으로 이전시키고 공군력을 강화했다. 따라서 미국의 대한 핵정책은 한국방위에 국한된 국지적 개념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적 억지력으로 격상했다.
특히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 SS20미사일의 극동배치 마저 F16전폭기를 도입해 한국 핵전력의 현대화를 꾀했다. 현재의 부시행정부는 레이건 당시의 기본정책 기조를 그대로 따라왔다.
한국배치 미핵무기는 ▲전쟁재발 억지 ▲소중 견제기능과 더불어 정치적으로 대한 방위의지를 드러매틱하게 상징해왔다. 미정책결정자들은 특히 일본에 대한 핵우산으로서의 상징적 가치를 중시해왔다.
하지만 미정부는 억지적 측면과 정치적 이유로 핵무기 배치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정도 하지않는 정책(NCND)을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조야에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있어 심각한 위협요인인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기위해 한국으로부터 핵철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게 개진돼왔다.
그리고 동맹국에 핵무기를 배치함으로써 빚어진 정치적 마찰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있는 가운데 동맹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자신(미국)을 파멸의 담보로 하는 핵우산을 제공하는데 대한 의문이 누차 지적돼 왔다.
이와함께 한국내 핵무기의 존재가치를 둘러싼 국제환경에도 지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의 개혁으로부터 보수쿠데타 실패를 전후한 소련의 변혁은 소련이 더이상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는 인식을 뒷받침해줬다.
또 부시행정부는 탈냉전과 재정압박을 고려하여 동맹국의 역할 및 비용분담 확대와 아태주둔 미군감축을 골자로한 동아시아 전략구상(EASI)을 밝힌바 있다.
이 구상에 의하면 향후 10년간 주한미군을 3단계에 걸쳐 대폭 삭감하며 미국은 한국방위를 위한 보조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런 구상에 비춰보면 주한미군이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체제의 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있다.
이에따라 부시 대통령의 핵군축안에는 대한 핵우산 정책의 근본적 전환의지가 담겨있다. 현재 한국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핵무기는 ▲전폭기 ▲랜스미사일 등 지대지미사일 ▲포전력 등 3가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핵무기류에서는 전략용(사정 3천㎞이상)이 배제되고 탄두위력이 약한 전역핵과 전술핵의 범주로 제한돼왔다. 핵탄두수에 있어서도 많게는 1천여개로 추산되기도 했으나 그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 가장 최근 나온 통계에 의하면 대락 1백50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지상발사 전술핵의 폐기를 선언함으로써 핵운반이 가능한 랜스미사일 부대와 각종 야포용 핵탄두가 한국으로부터 철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핵심적 핵전력인 전폭기탑재용 핵폭탄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돼 향후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의 안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단계적으로 철수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편 부시행정부는 한국 핵무기철수를 추진하면서 정치적·전략적 반대급부를 극대화하는 정책(Linkage Strategy)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첫째로 핵철수를 적절히 이용해 북한의 핵개발을 유효하게 저지하려할 것이다. 둘째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관련해 핵철수는 남북대화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며 한국의 교섭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된다. 셋째로 한국으로부터의 핵철수를 통하여 미국은 극동지역의 군비통제에 있어서 소련의 상응하는 양보를 얻으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때 미국은 대한방위를 위한 전략적 개념에서 핵무기에의한 의존을 줄이고 통상전력에 의한 억지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향후 대폭적인 감축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분쟁발발 가능성이 상존하는한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Trip Wire)의 상징적 기능을 중시하는 형태로 그대로 존속될 전망이다. 윤덕민(외교안보연구원 안보정책담당:핵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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