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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 여대생­농촌총각 백년가약/어제 전남대 노천극장서 화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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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 여대생­농촌총각 백년가약/어제 전남대 노천극장서 화촉

입력
1991.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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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양식장서 주인­학생으로 첫 대면/전화등으로 2개월 열애끝 결혼 줄달음대학생 농활에서 만안 여대생과 농촌총각이 결혼식을 올렸다. 28일 하오1시 광주의 전남대 노천극장에서는 이 대학 철학과 1년 이명숙양(28)과 달팽이 양식을 하는 김형보씨(29·전남 보성군 보성읍 대야리)가 전통혼례로 백년해로의 의식을 가졌다.

양가 가족·친지와 시민학생 1천5백여명이 참석한 혼례식은 신랑·신부의 실수연발로 시종 흥겹고 왁자지껄했다.

초롱을 든 화동들을 앞세우고 친구들의 목말을 탄 신랑과 꽃가마를 탄 신부가 이양이 재학중인 인문대를 출발,식장으로 들어서자 하객들은 일제히 박수와 함성으로 맞았다.

예술대 동아리 엉겅퀴의 염불도들이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입장한 신랑은 길놀이패들의 풍물놀이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상기된 표정이었다.

명노근교수(영문과)의 집례로 진행된 예식에서는 맞절을 하던 신랑·신부가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식장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신랑이 너무 좋은지 입을 다물지 못하자 하객들은 『보리흉년 들라고 웃느냐』며 짓궂게 놀려댔다.

신부 이양은 고향 고흥에서 여고를 나온뒤 10여년간 서울 등지에서 봉제공장 노동자 등으로 일하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만학도. 신랑 김씨는 보성에서 국민학교를 나와 울 등지에서 구두닦기 등을 하며 어렵게 중·고교를 졸업한뒤 지난해 9월부터 홀어머니를 모시고 달팽이양식을 해왔다.

두 사람이 알게된것은 이양이 지난 7월2일∼10일 전남대 인문대 농촌봉사활동에 홍일점으로 참가,김씨의 양식용 비날하우스에서 일하면서부터. 두 사람은 10여만마리나 되는 달팽이에게 물과 먹이를 주고 모래를 갈아주며 하루 10시간 이상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김씨의 성실함과 이씨의 부지런하고 꾸임없는 마음씨는 두사람을 맺어주는 끈이 되었고,결국 사랑으로 발전했다.

농활이 끝난뒤 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주고 받거나 중간지점에서 만나며 사랑을 다져왔다.

시어머니 손연순씨(52)는 『며느리의 후덕하고 넉넉한 생김생김이 마음에 쏙 들었다』며 결혼때문에 걱정하던 외아들이 장가든것을 기뻐했다.

혼례식을 마친 신랑신부는 친구·동료들과 하객들의 축하속에 3박4일의 설악산 신혼여행을 떠났다.<광주=김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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