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과잉속 자금난 심각/「과성장 통화제자리」 원인/당국 “어정쩡” 기업만 희생총통화증가율(평잔기준)이 19.5%(추청치)로 올들어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연간억제목표선인 17∼19% 증가율을 위협하며 20%선에까지 육박,과잉통화에 따른 물가상승을 경고하는 소리가 높다. 이때문에 한은은 시중통화환수에 필사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상의 과잉통화에도 불구하고 시중자금사정은 80년대초이후 10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27일 현재 회사채(3년) 수익률은 19.83%로 81년(24.4%)이래 10년만의 최고치다.
통화채·콜금리도 5공초기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최고의 재무구조를 자랑하는 S그룹조차 계열사 사장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은행으로 출근하고 있고 N그룹은 명동에서 4부이자로도 사채를 제대로 끌어쓰지 못하고 있다.
지독한 자금난과 5공이래 최고금리로 자금시장이 비틀거리고 있지만 통화관리당국인 한은은 계속 긴축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자세다.
지난 24일 시중은행들로부터 RP(환매채권매매)방식으로 5천억원을 회수한데 이어 25일엔 시중 은행자금 담당 임원들을 소집,신규대출을 최대한 억제하라고 지시했다.
재계는 돈을 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조이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해 기업하지 말라는 소리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은은 우선 추석이후 나타나고 있는 초고금리현상의 원인을 ▲은행 등 업종전환 단자사들이 9월들어 20일까지 4천8백여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했고 ▲고객예탁금 감소로 증권사들이 보유회사채를 매각하고 있고 ▲월말자금 수요가 겹친데다 ▲통화환수에 대한 가수요가 겹친것 등을 꼽고 있다.
이러한 일시적 요인과 함께 본질적으로 우리경제가 적정수준을 넘는 과성장을 하고 있어 기업이나 개인의 자금수요가 크게 증가,금리가 급등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현실경제가 과성장상태이므로 이에 맞추어 통화는 계획량 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총통화 증가율 17∼19%는 지난해말 한은이 예측한 올해 성장률 7.3%를 토대로 결정된 것으로 올상반기중 실질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9.1%에 달했으니 17∼19%로는 돈이 모자라는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커지고 있으니 이에 맞춰 통화를 늘리라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고 한은은 오히려 실물경제의 과성장이 문제니 통화를 더조여 실물부분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논리이다.
한은은 금리를 낮추기 위해 통화를 풀면 일시적인 금리하락은 가능하나 장기적으론 물가상승을 유발,결국 금리도 상승시킬 뿐더러 풀린 돈은 부동산과 증권 등 재테크로 몰려,체제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88년이후 20% 이상의 통화증가속에 흥청망청하던 우리경제가 남미의 ABC 국가가 그 전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은은 일시적인 고통이 따르더라도 통화팽창만은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화긴축을 강행하면 한계기업들은 무더기로 부도가 나고 당분간 시중자금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많은 기업을 쓰러뜨리는 희생을 감수해야만 긴축의 본래목표인 물가안정과 기업의 체질강화를 유도해낼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은 그런 결연한 정책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돈줄을 좀 죄어 금리가치 솟자 지난 20일 통화채 배정을 통해 환수했던 5천억원을 25일 다시 현금으로 풀어줬다.
부도사태를 감내하면서 긴축을 밀어붙인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긴축도 아니고 팽창도 거부하는 어정쩡한 눈치작전을 하고있는 것이다.
통화당국의 이같은 우유부단때문에 기업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경제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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