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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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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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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정치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경서에 이르기를 오직 효도하며 형제사이에 우애함이 곧 정사를 베품이라 했으니 이 또한 위정이 아닌가. 어찌 참정만을 위정이라 하겠는가」 부모를 잘 섬기는 효를 인간의 으뜸가는 도리로 파악한 것이 유교사상이다. ◆가족 중심의 유교 전통은 크게 퇴색하였고 결함도 드러났다. 「사회 안정의 기반이 가정의 평화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학사상은 이것을 너무 역설한 나머지 효를 과중하게 본 결과로 국가와 사회를 집보다 경시하는 폐해가 있다」고 사학가 현상윤씨가 지적한바 있기도 하다. 효도의 관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절대적인 것에서 벗어나고 전통에서 조차 흐려지는 비운을 피하지 못하는것 같다. 오늘의 효는 공백기를 맞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핵가족과 산업화로 가족의 개념과 의식은 크게 달라졌다. 대가족으로 모여살기 보다 흩어져 살기를 원한다. 자식쪽만이 아니라 부모쪽이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부모가 솔선해서 분가를 서두르는 경우가 흔하다. 잊지 않고 자주 찾아주는것 만으로 고맙게 여기기도 한다. 이런 여유가 있는 가족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독한 노인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제 서양의 그것만은 아니다. 공원의 벤치에서 쓸쓸하게 지팡이에 의지하고 앉아있는 모습은 슬프다. 그래도 노인복지의 혜택으로 생계 걱정은 없다.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는 막연하다. 자녀의 효도 밖에 달리 의탁할 방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노후가 한층 외롭다. ◆7순 어머니의 병 구완을 위해 은행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숨진 「50대의 효심」이 있다. 고혈압엔 은행알이 약효가 있다고 어두운 밤중에 나갔다가 그만 아차하는 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가난의 불효를 몸으로라도 때우려는 지성이 애달프다. 그러나 그의 가난한 마음은 결코 가난하지가 않다. 이 세상엔 이런 갸륵한 자식도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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