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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자식사랑/10대 동거방관… 부탄질식(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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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자식사랑/10대 동거방관… 부탄질식(등대)

입력
199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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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하오2시께 김모군(17·L고 3)이 서울 중구 단교동 자취방에서 부탄가스를 마시다 질식해 숨져있는 것을 김군의 이모부 박모씨(58)가 발견했다.김군은 이날 새벽1시께 인근 구멍가게에서 부탄가스를 사갖고와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가스를 마시다 질식한 것으로 추정됐다.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부 박씨는 한달전부터 김군과 동거하고 있는 박모양(17·H여상 3)으로부터 『추석이라 친정(?)에 있는데 오늘 못들어간다고 전해달라』는 전화 심부름을 부탁받고 김군을 찾아갔다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2평 정도의 비좁은 방안에는 2인용 침대와 김군 등의 교과서와 참고서,책가방,옷가지와 소꿉장난 같은 살림도구 등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부모 모두 행상·식당종업원 일을 하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비교적 말잘듣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김군은 올해 졸업반이 되면서 엇나가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지고 귀가 시간이 점차 늦어지더니 급기야 부탄가스 환각 놀음에까지 손을 댔다. 지난 여름에는 느닷없이 박양을 집에 데리고와 『미팅에서 만났는데 당장 같이 살기로 얘기가 됐다』고 선언,부모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단칸방 다락에 올라가 박양과 같이 잠을 자는 등 시위를해 견디다 못한 부모들은 결국 이달초 보증금 50만원,월세 10만원짜리 방한칸을 얻어주었다.

제하고 싶은대로 다할수록 김군은 점차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부탄가스 환각에서 깨어난 뒤에는 집에 와서 『죽고싶다』 『조용한 먼곳으로 가고싶다』는 얘기를 자주했다.

영안실에서 부모들은 『남들 자식들은 다 망나니짓을 해도 내자식만은 누가 뭐래도 착한 아이』라며 『지난 여름 바다에 간다고 30만원을 달랬을때 주지못한것이 너무 가슴이 아플뿐』이라고 울먹였다.

사건을 맡은 중부경찰서 형사는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탈선의 전형적인 예』라며 『어른들의 무지와 비뚤어진 자식사랑이 김군 죽음의 원인』이라고 씁쓸해졌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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