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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과 경제/방민준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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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과 경제/방민준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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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에서 만난 한 트레일러 운전사(36)는 『이제 컨데이너 실어나르는 일도 못해먹겠다』고 푸념했다.트레일러 운전경력 11년의 베테랑인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마살이 끼었다는 그는 군에서 면허를 딴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아 제대하자마자 트레일러 핸들을 잡고 부산항과 전국의 산업지대를 「쌩쌩」누볐다. 특히 심야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살맛나게 하는 것이있다.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도 서울­부산간을 7시간안에 주파할수 있었는데 지금을 빨라야 12시간,길면 15시간이나 걸려 운전할 맛이 안난다고 했다.

컨데이터를 싣고 부산시내를 빠져나가려면 2시간 가까이 시민의 눈총을 받아야하고 고속도로에 들어서서도 곳곳에서 공사중이거나 차가 밀려 맘껏 엑셀러레이테페달을 밟을수가 없다.

도심지의 간선도로는 통행할수도 없고 다른 도로도 출퇴근 시간에는 운행을 못하게 돼있다. 최근 트레일러 통행에 따른 교통정체로 시민의 불평이 높자 부산시는 트레일러 통행제한 도로를 더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는 컨테이너 운반차랑들 때문에 도심 교통이 정체되고 이에따른 시민의 불만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래 가지고도 물건 팔아먹을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원자재나 상품을 실은 컨테이너 수송시간이 길어지면 운전사 인건비와 연료비가 더들고 자연히 운임도 비싸게 먹힐게 아니냐,그러면 제품값이 올라갈수 밖에 없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고 납기도 제때 못맞춰 신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외항선을 탄다는 친구의 얘기를 덧붙였다. 세계적인 항구인 벨기에 앤트워프의 경우 항만 바로곁에 고속도로와 철도가 연결돼 그 엄청난 물동량이 도심을 거치지 않고 막힘없이 빠져 나간다는 것.

경제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 한 트레일러 운전사의 지적은 유능한 경제관료의 설명보다 명쾌했다.

원자재 오기를 기다리며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기업을 생각해 부득이 난폭운전을 할수밖에 없다는 그에게 트레일러 운전하는 맛을 되찾게 해주는 것은 누구의 일일까 곰곰 생각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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