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하루 앞둔 지난 21일 새벽 서울대 병원 영안실서 시위진압을 위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슴진 서울대 대학원생 한국원씨(27)의 입관식이 원불교의식에 따라 유족 1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다시 태어난다면 무고한 시민이 죽는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태어나지 마소서』
9개월을 짧은 신혼생활 끝에 남편을 비명에 보낸 부인 서윤경씨가 흐느끼며 명복을 빌었다.
장례가 예상보다 빨리 치러지게 된것은 그동안 진상규명전 장례를 반대해온 서씨가 『시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질대로 나빠진데다 추석날 남편을 차디찬 영안실에 놓아둘수 없다』고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
유족들은 이에따라 전날밤 급히 원불교 원남교당에 연락,『입관식과 노제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재야측과 학생들도 강경대군과 김귀정양 사건때 「시신볼모투쟁」 비난 여론을 염두에 둔듯 일찌감치 『장례는 유족의 뜻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갑작스런 장례결정에도 『추석 이후로 미룰수 없겠느냐』는 조심스런 건의를 했을뿐 더이상 자신들의 입장을 강요하지 않았다.
30여분간 간단히 입관식을 마친 유족들이 영안실 주위를 정리하고 기다리던 학생 70여명과 함께 서울대에서 제공해준 버스편으로 실림2파출소 건너편 사건현장에 도착했을때 때아닌 이슬비가 잠시 내렸다.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어머니 고영옥씨는 『공부 열심히해서 노벨상을 타고 오겠다며 서울로간 아이를 이렇게 데리고 가야하다니…』라고 울부지으며 아들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영구차가 새벽3시께 모교 서울대 앞을 떠나 전남 구례 고향으로 내려가는 동안 다시 드러난 한가위 보름달이 슬픔 귀향길을 너무 밝게 비춰 주었다.<송용회기자>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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