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격려·성금에 “용기”/“슬픔 딛고 새삶 찾겠다”/각계 성금 3백여만원 전달난생 처음 찾아온 고국땅에서 3일만에 폭력배의 주먹에 남편을 잃고 절망에 빠졌던 중국교포 최영순씨(45·흑룡강성 하얼빈시 우혈가동평 2동9)가 따뜻한 동포애로 몸을 다시 추스르며 서울에서의 첫 추석을 맞고 있다.
최씨는 20일 2평짜리 여인숙방을 찾아온 서울 남대문경찰서 송낙현서장(51)으로부터 그동안 국민들이 보내준 3백여만원의 성금을 전해받고 북받치는 슬픔속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최씨는 지난 4일 남편 윤일만씨(49·비행기 제작공장 선반공),시동생 윤평씨(33· 〃 )와 함께 3개월 만기 관광비자로 입국했다.
중국 위해항에서 골든브리지호를 타고 17시간 항해끝에 인천항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이들 부부는 『막노동 일자리를 찾아 열심히 일해 외아들(22) 결혼자금이라도 벌어가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하루 5천원짜리 무허가 여인숙에 속소를 정한 최씨부부는 중국교포들이 많이 모여 한약재를 파는 시청앞과 서울역 지하도 등을 찾아다니며 일자리를 구해보았으나 허사였다.
먼저 입국한 사돈 최미자씨(37·여·중국 흑룡강성 도리구 군혁향 우이촌)는 『서울에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많고 질서가 문란하니 각별히 조심하라』고 당부했으나 이들 부부에게 서울은 새로운 세상이었따.
부부가 건설현장이나 식당 등에서 중국에서 처럼 열심히 일하면 큰돈을 만질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6일 하오9시께 『바람도 쐴겸 거리구경을 하고 오겠다』며 나간 남편은 이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최씨는 남대문 경찰서로 달려가 가출인 신고를 했다.
간밤에 관내에서 살인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데려간 적십자병원 영안실에서 최씨는 처참하게 맞아죽은 남편을 만나 통곡하다 실신했다.
범인 주현석씨(25·주거부정·폭력 등 전과3범)가 경찰의 추적으로 지난 10일 붙잡힌뒤 어처구니 없는 사연이 한국일보 15일자 「표주박」에 보도되자 격려의 편지와 성금이 잇달았다.
이에앞서 남대문 경찰서 송서장 등 직원들이 1백20만원을 즉석에서 모았고,한국야쿠르트유업 사랑의 손길펴기회(1백만원),익명의 여성독자(50만원),서울시 예산담당관실(17만5천원),한국일보 공무국문선부 노조원 일동(12만1백20원) 등이 성금을 보내왔다.
최씨는 『고국땅에서 남편을 잃은 날벼락을 당해 야속하기만 했었으나 동포들의 마음씨를 생각해서라도 용기를 되찾아 살아나가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최씨는 추석날 남편유골이 안치된 경기 고양군 벽제화장장 납골당에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남편이 평소 좋아하던 물만두와 송편 빚을 준비를 시작했다.
최씨는 1남1녀가 기다리는 중국으로 비자만기일인 오는 12월4일 돌아간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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