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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시대 주체외교/김영작 국제정치학·국민대 교수(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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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시대 주체외교/김영작 국제정치학·국민대 교수(목요진단)

입력
199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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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종결과 더불어 미·소의 패권에 의한 양극체제가 무너지고 「경제3극」이니 「정치·군사 5극」이니 하여 국제정치 구조가 다중심화 되었다. 이에따라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정착시키는 과정에 국가간의 우·적관계가 기존의 동맹관계의 존재양상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 세계의 모든 주요국가들은 각기 자기들에게 유리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고 그 질서속에서 자국의 이익과 역할 및 위상이 증대될수 있도록 「내서널리즘」 「지역주의」 「글로벌리즘」(Globalism) 등의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협조」와 「경쟁」과 「갈등」의 복잡한 게임을 전개하고 있다.이같은 양상중 특히 최근의 일본과 미국의 동향은 우리에게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수 없다.

○신대동아 공영권

탈냉전과 더불어 기회있을때 마다 경제력에 상응한 국제정치력의 증대를 강조해오던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지난 13일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역할」에 관한 보고서』(한국일보 15일자 보도)를 마련하였다.

일본은 경제대국에 상응한 「군사대국화」와 「정치대국화」를 이룩하여 「세계의 신질서를 주도」하고 특히 「아시아 통합에 지도적 역할을 발휘」하여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골자이다.

「경제력에 상응한 국제정치적 역할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일본의 주장을 굳이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문제시 하고자 하는것은 그것이 왜 군사대국화를 통하여 이룩 되어야만 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세계는 군사력만이 안보의 실질적 억지력으로 작용하던 냉전시대가 종식되고,미·소 모두가 유럽뿐만 아니라 극동에서의 군사력을 축소시켜 가는 마당인데 말이다. 더욱이 이미 일본은 기존의 『방위계획의 대강」에 입각한 군사비 지출만으로도 세계 제3위의 군사대국이 되어있는데,이 『보고서』는 이를 확대하는 문제까지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탈냉전시대를 맞아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소 두나라의 군사적·정치적 힘의 공백을 자신이 메우거나 또는 미국과의 대등한 새로운 안보동맹을 통해 미·일 양국의 공동패권을 이룩하려는 것 같다. 다시말해 냉전시대의 「아시아의 미국화」 대신 「아시아의 일본화」내지는 미·일 합작에 의한 「아시아의 미·일화」를 시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 『보고서』가 추구하는 것이 설사 지난달의 군국주의의 부활은 아니라 하더라도,시대사조에 역행하는 필요이상의 군사대국화임에는 틀림없다. 뿐만아니라 「군사대국화」 「정치대국화」를 앞세운 「아시아 통합에서의 지도적 역할」이란 팽창주의적·패권적 발상임이 분명하며,따라서 그것이 「신판 대동아공영권」에의 모험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미의 정책도 문제

그런데 우리에게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이 이같은 「아시아의 일본화」 또는 미·일 합작에 의한 「아시아의 신질서」 곧 「아시아의 미·일화」 전략에 대해,일관된 견제전략이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때로는 이를 부추기는 모순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편에선 주일미해병대 사령관 스타크·폴의 「병마개론」에 상징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방지」 전략을 비치다가도,다른 한편에선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증강을 촉구함으로써 실질적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채질하는 전략을 혼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지나치게 일본 중심적인 냉전시대의 대아시아 정책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일본의 「미·일 합작에 의한 아시아 신질서」 「아시아의 미·일화」 구상을 방치하거나 편승하려는듯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예로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나카소네 전일본총리가 부시 미대통령에게 「아시아 안보기구 창설과 일본의 역할증대를 위한 미·일 양국의 공동노력」을 건의한것을 들수있다. 공교롭게도 이는 한때 「불심항공모함·일본론」과 「주한미군 철수정책」을 추진하던 장본인들의 건의다.

이들의 거의가 우리로 하여금 노·일전쟁직후부터 시작된 미·일의 흥정에 의한 아시아의 불행했던 과거를 연상케하는 것은 피해망상 때문만 일까?

○아시아의 아시아

남의 나라 전략을 탓만 하고 있어서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살길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냉전시대와 같은 반공적 차원의 「우호·협력론」이나 「연맹론」만으로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감정적 「반일」이나 「반미」는 더 더욱 해결책이 될수 없다.

또한 좁은 시야의 「북방외교」만으로도 대안이 될수 없다.

이젠 줄것은 주고 챙길것은 챙기는 주체적 입장에서 한·미·일 3국관계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그 전략적 방향은 대략 다음의 두가지 방향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하나는 「아시아의 일본화」를 방지할수 있도록 견제력으로서의 한·미 관계를 강화하는 일이고,다른 하나는 미·일은 물론 중국·소련 동남아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국가간의 평등한 협력관계를 강화하여,아시아가 「아시아의 아시아」가 되도록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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