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일이란 예방이 최상의 대비책이다. 일단 일이 터진뒤에는 아무리 수십배 품을 들여도 원상회복이 쉽지않다. 하지만 무릇 세상일이란 뜻대로 되기 어려운게 많고,특히 사람들의 잇속이 관계된 부정과 비리란 눈속임속에 은밀히 이뤄지는 만큼 예방과 적발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이 때문에 각종 범죄와 비리단속을 전담하는 국가의 각종 전문적인 사정 및 감사기관들이 단속효과가 저조할땐 가혹할 정도의 특별·집중단속을 본보기 삼아 펴기도 한다.나라에 경제비상이 걸려있는 어려운 시기를 맞아 17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주재로 열린 사정관계 장관회의도 이같은 특별단속을 위한 모임에 다름아니다. 이날 회의는 국민화합의 저해요소로 문제가 되고있는 불건전 소비풍조와 각종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 전내각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키로 했다고 한다. 경제형편도 어려워져가는 마당에 이번 단속일랑 제발 내실을 이뤄 이땅에 깊이 뿌리박은 온갖 비리를 없애가는 계기가 되고,조용한 가운데서도 정부기관들이 지속적으로 할일을 해나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특별단속을 하는만큼 단속기관은 물론이고 전체 정치권과 공직자들의 자정마저 차제에 아울러 이뤄지면서 목표한대로 불신풍조의 싹마저 거두어 가버렸으면 하고 바라고 싶다.
하지만 걱정 또한 앞선다. 3공시절이래 계절병처럼 있는 것이지만,가깝게는 금년들어서도 정부의 특별비리 단속 천명이 무룻 몇번째인가 묻고싶다. 지난 연말의 특별암행 감사에 이어 새해들어 총리실에 대민행정 특감반과 대검에 지도층 비리부까지 설치,본격수사를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처럼 거창한 이름의 새 단속부서를 만들다못해 이번에는 「전내각차원 단속」이라는 것인가. 새 용어가 지닌 뜻도 사실상 모호하다. 내각이 단순히 함께 단속에 참여한다는 것인지,아니면 내각이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뜻인지 우리로선 알길이 없다.
정부의 이같은 사정행태가 걱정스러운것은 평소의 엄정한 예방이나 지속적 단속과는 거리가 먼 이같은 즉흥적 단속 회오리가 이미 고질화된 사회병리 현상의 내성을 되레 높이고 일시적 단속바람을 모면할 잔꾀만 키울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 숱한 단속에도 이 지경에 이른 오늘의 사회현실이야말로 성의없는 즉흥·투망단속의 역효과를 생생히 드러내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걱정이 또 있다. 평소 과소비나 비리를 묵인·방조한게 누구이고,사회정의나 법의 형평을 때때로 무너뜨린게 누구인가 하는 사실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을 쥔 정치권과 단속권을 가진 공직자들의 각성과 자세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해지는 것이다.
끝으로 특별단속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함을 평소의 지속적 단속에 대한 간곡한 당부로 대신 해둔다. 사회지도층과 국민들도 나라를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흐트러진 생활태도를 반성해 자세를 가다듬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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