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8군 기지의 이전이 갖는 의미와 효과는 크다. 수많은 침략을 당할때마다 외국군의 주둔지로 징발당해야 했던 오욕의 역사에서 이제 벗어나게 됐다는 상징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황금의 땅을 되찾게된 실리적 이득이야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수도권의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주범이 없어지고 군사시설 때문에 강요 당했던 각종 규제가 풀리기 때문에 시민들은 여러모로 편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자리에 세계수준의 민족공원과 아늑한 가족공원이 들어선다니 생각만해도 얼마나 시원하고 반가운 소식인가. 그래서 서울 시민들은 가벼운 흥분에 설레이며 잔뜩 기대를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기지이전은 한미양국 관계에 끼치는 군사·정치·사회적 의미도 상당하다. 일부에서는 주한미군을 잡아두려는 안정적 조치라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언젠가는 한국을 떠나야 할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철수를 전제로 한 조치라고 해야 할것이다.
또한 사회일각에서 일고 있는 반미기류와 이에 편승해서 함께 일고 있는 미군철수 주장도 도외시할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화해무드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국제조류에도 알맞는 조치로 환영받고 있는것이 바로 미군기지 이전이다.
그래서 골프장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갔고 한미연합사,유엔사 등 8군 기지내의 주요 사령부를 96∼97년에 미군이 현재 사용중인 오산 공군기지와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키로 한미양국이 지난 7월 합의해서 발표까지 하는 등 이전계획을 구체적으로 착착 진행시켜 온 것이다.
88년 3월 한국측에 의해 정식 제기된 이래 한미양국간에 협의를 거쳐 순조롭게 진행되어온 이 문제가 지금 기지내의 대사관 사용부지 8만평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측에서 대사관 직원 사택부지 등에 대해서는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측 요구대로 한다면 1백만평에 가까운 기지는 모두 철수하는데 8만평은 현재의 상태대로 유지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된다면 결과적으로 용산 8군기지의 이전이 깨끗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한구석이 남게되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런식의 처리방식은 한마디로 바람직스럽지 않다. 한국을 위해서도 그렇고 미국을 위해서도 그렇다. 기지가 몽땅 떠났는데 그 기지안에 있던 대사관 사용분만 덩그러니 남았다고 상상해보라. 지나가는 시민들의 차가운 손가락질과 눈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97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기지이전의 의미와 효과를 되새겨 본다면 한미당국간에 원만한 타결을 보고도 남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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