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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정밀 법정관리신청 파문/제일화재서 인수 5개월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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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정밀 법정관리신청 파문/제일화재서 인수 5개월만에

입력
199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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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부친 이후락씨등 후광 특혜의혹/주거래은·소액주주들 큰 손실지난 4월 방산업체인 동양정밀을 전격인수,재계를 놀라게 했던 이동훈 제일화재 회장이 지난 3일 갑자기 동양정밀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재계에 또 한차례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 동안의 동양정밀에 4백억원을 대출해주었다가 이자는 물론 원금마저 날릴지경이된 주거래 한일은행은 『한방 얻어 맞았다』는 반응이고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8천6백명의 소액주주들은 주가폭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됐기 때문.

그러나 이같은 파문 못지않게 이회장이 경영인으로선 최후의 카드인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회장은 동양정밀 인수를 계기로 계열사인 제일화재·고려시스템(컴퓨터업체)·동보산업(부동산관리회사)를 묶어 제일화재그룹을 설립한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동양정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등 대단한 의욕을 보여온터라 법정관리신청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금융가에서는 이번 법정관리신청을 순수한 경영난에 따른 자구조치로 해석하는가 하면 한편에선 불순한 의도가 숨겨진 흑막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은행가에선 우선 이회장의 동양정밀인수 자체가 판단착오라고 풀이한다. 동양정밀이 통신장비와 컴퓨터기기를 주로 군납하는 방산업체로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인수후 3백50여억원이나 투입했지만 최근까지 회생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인수 당시에도 극심한 판매부진과 금융비용,노사분규 등으로 2년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도위기에 몰렸던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이회장은 동양에 대한 자금투입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되자 뒤늦게나마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인정,법정관리를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법정관리란 기업자산을 정리,채권자에게 나눠주고 공중분해되는 파산절차와는 달리,재정파탄에 직면한 기업을 되살려내는 회사갱생 절차로서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모든 채무(은행빚 등)가 동결,이자지급의 부담이 없어진다. 이에따라 지난번 한보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대부분의 법정관리는 일종의 특혜로 비쳐지고 있다.

이와관련,증권가에선 이회장의 남다른 신분 때문에 법정관리신청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회장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둘째아들이자 김승연 한국화약그룹 회장의 자형이라는 점과 지난해 11월 노태우 대통령이 제일화재계열 고려시스템 부평공장을 방문했던 점 등을 미루어 외부의 입김이 이번 신청의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는 분석이다.

법정관리라는 편리한(?) 제도를 최대한 이용,버틸때까지 버티어 보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또 금융가 일각에서는 동양정밀 성남공장부지가 택지전환이 가능한 땅임을 들어,법정관리로 최대한 시간을 벌어놓은뒤 이땅을 택지로 조성,아파트를 지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신청의 동기가 어떠하든간에 결국 여기저기의 후광을 업고 제일화재그룹을 우뚝 세워보려던 이회장의 꿈이 달성되기는 어렵게 됐다.

더구나 동양정밀은 법정관리신청 사실을 증권거래소에 공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주거래은행인 한일은과 일언반구 사전상의도 안해 최소한의 기업윤리도 저버렸다는 오명을 얻게됐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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