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비크만 미군/최해운 싱가포르특파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비크만 미군/최해운 싱가포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09.12 00:00
0 0

소련 공산당붕괴 등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세계질서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난 20여년동안 냉전체제하에서 필리핀의 수비크만에 주둔했던 미군이 과연 철수하게 될것인지에 세계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아키노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과 체결한 수비크만 재임대협정이 상원의 비토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10일 그가 어려울때마다 애용해온 「국민의 힘」 즉 대중집회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비가 온 영향도 있지만 군중도 아키노가 기대했던 50만에 훨씬 못미쳐 많이 잡아야 10만명 수준밖에 안돼 상원에 압력을 가하려던 당초의도는 빗나갔다.

수비크만 문제에 관한 아키노의 약점을 간파한 상원의 협정반대파들은 반대의지를 조금도 누그려뜨리지 않은채 『협정은 죽었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어 수비크만에서의 미군 철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맞서 미국측은 『더이상 양보는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며 수비크기지를 괌이나 한국 일본 호주 아세안국가 등 다른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있다.

이같은 첨예한 대립상황은 임대료를 놓고 다투는 단순한 「돈」의 문제로 치부될수도 있다.

상원반대파들은 미국이 제시한 연간 임대료 2억3백만달러는 민족적 모멸감마저 느끼게할 정도로 적다고 주장,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다른 경제적 부수효과를 담보로 더 줄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수비크만 논란의 근저에는 소련이 최근 슈퍼파워로서의 위치와 기능을 상실해가는 과정에서 미국 또한 유일한 슈퍼파워로서 존재할 명분을 잃어가고 있으며,이에따라 그간 냉전체제하에서 미국의 등뒤에 기댔던 우방들이 미국에 새로운 위치를 강요하고 있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볼수있다.

수비크만의 미군주둔을 반대하는 무드가 소련의 쿠데타 실패직후 고조된 점이 수비크 논쟁이 단순히 돈의 문제만이 아니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련이 더이상 아태지역 안보에 위험적 존재가 되지않는 상황은 그만큼 미군주둔의 필요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처지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정세의 급변과 함께 언젠가는 미군주둔의 필요성,또는 핵무기 배치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오늘의 「수비크만」이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