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소련의 쿠데타기도 실패가 가져온 충격이 장기적으로 국제질서에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를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포석과 탐색에 분주한 상태에 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민감한 지역이 동북아라고 할 수 있다.두말 할것도 없이 그중에서도 중국과 북한은 소련의 70년 공산통치붕괴에 맞서 국내체제 강화에 정치적 장래를 걸고 있다. 동시에 중국·북한의 움직임은 동북아의 냉전청산에 기대를 걸고있는 우리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제 북한 공산체제의 기둥이라고 할수있는 중국의 움직임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된다.
중국이 모스크바 쿠데타의 반전극에 꽤 심각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이미 보도된 바있다. 그동안의 움직임을 볼때 중국은 안으로 공산체제를 고수하고,밖으로 경제개방을 계속한다는 정경분리 노선을 재확인했다.
특히 소련과의 이념투쟁을 회피하면서 우호관계의 발전을 확인함으로써 70년대말 등소평 복귀후 구축된 외교적 실리주의를 재확인했다.
중국이 외교에서 이념을 벗어난 실리주의를 재확인했다는 것은 동북아의 냉전청산을 기대해온 우리로서도 환영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체제 고수」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의 지도부가 또다시 이념적인 복고주의경향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지도부의 이념적 복고주의는 89년 6월 천안문 사태이후 강조돼온 제국주의 세력의 평화적 체제전복 전술을 뜻한 소위 「화평연변」과,모택동 사상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데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모택동의 15주기에 즈음해서 인민일보는 『모택동 사상으로 무장해야만 제국주의세력의 화평연변 음모를 분쇄할 수 있다』는 내용의 특집을 마련했다한다. 이러한 이념적 복고주의가 현단계에서 중국 내부의 체제강화에 주된 목적이 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념적 복고주의가 자칫 동북아의 냉전청산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우려도 분명히 못박아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이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련과의 이념논쟁을 회피하고 우호관계 발전을 기약한 것처럼,한반도에서도 대결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관계의 발전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이 한국과의 통상관계를 넘어서 그 이상의 관계설정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로서는 그것이 동북아의 냉전청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만큼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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