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오이지·튀김·샴푸·기저귀…/“떴다” 고함에 일제히 셔터/남대문시장 새벽 기습단속우리의 외제병은 수입건자재로 집을 짓고 이탈리아제 가구와 일제 전자제품으로 집안을 채우고 프랑스제 의류로 몸을 휘감는 허영내지 과시형 단계에 머물러 있지않다.
아침에 일어나 외제샴푸로 머리를 감고 캘리포니아 쌀로 지은 밥을 미제 오이지를 반찬삼아 먹고 심지어 미제 생리대를 착용하고 외출을 해야 성이 찰만큼 철저하게 외제에 중독돼가고 있다.
10일 새벽 서울세관 단속반이 남대문시장을 덮쳐 압수한 밀수품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이날 상오3시30분 11개조로 편성된 밀수품 단속반원 90명이 들이닥친 남대문시장의 속칭 「도깨비 시장」은 불야성을 이룬가운데 전국에서 몰려든 중간판매상,도소매업자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상품을 비교 검토해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키 위해 아우성을 쳤다. 물건이 어떤 종류건 어디제품이건,또 가격이 얼마이든간에 일단 외제이기만 하면 잘 팔리기 때문이다.
단속반이 첫 상점을 덮치는 순간 『떴다』하는 누군가의 고함과 함께 입구에서 떨어진 수입품가게의 셔터들이 일제히 내려졌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20대 청년은 무전기를 들고 다급하게 『셔터 내려』라고 연신 악을 써댔다.
미처 문을 닫지못한 상점주인과 종업원들은 순식간에 달아났다. 상인들이 모두 달아난 상가를 비집고 다니며 단속반원들은 내팽겨쳐진 물건들을 수거했다.
박스를 뜯어내면서 쏟아져 나온 물건들은 하나같이 「공산품 품질관리법에 의한 품질표시」 딱지가 붙어있지 않은 밀수품들이었으며 진열장 앞쪽에 내놓은 일부 양주,과자류 등에만 딱지가 붙어 정식 수입물품으로 눈속임을 했다.
한 가게주인은 『밀수품이라는 근거도 없이 압수를 하느냐』고 항의하다 박스속에서 밀수품이 쏟아지자 황급히 사라졌다. 이 가게에서는 미제 감자가루,옥수수 튀김,생우유,잼,오이지 등 식료품에서부터 샴푸,린스,비누,화장품,헤어드라이어까지 만물상을 차려도 될만큼 다양한 품목이 쏟아져 나왔다.
두번째 가게에서는 미제 생리대,일회용 아기기저귀,휴지가 무더기로 수거됐다.
『여기 큰것이 있다』고 단속반원이 동료를 손짓해 부른 곳에서는 캘리포니아산 쌀과 밀가루가 발견됐다.
「다이아몬드」 상표의 12㎏들이 부대에 포장된 미제 쌀은 요즘 최고의 인기품목으로 꼽혀 상인들이 물량확보에 혈안이 돼있다.
이밖에 전통적인 밀수품목인 양주는 어느 가게에나 지천으로 깔려있었고 심지어 소련산 보드카,중국산 마오타이도 많았고 햄,치즈,주스,커피 등 식료품도 풍부하게 갖춰져 있었다.
세관원들이 시장안을 수색하는 동안 멀찌감치 물러서 있던 상인들은 『재수없는 놈만 장사를 망쳤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2시간여에 걸친 단속이 끝난뒤 상가앞 주차장에 쌓아놓은 물건은 한트럭분이 넘었다. 물건을 분류하는 동안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올라온 지방상인들은 『빈차로 내려가게돼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며 안달을 했다.<원일희·이동국기자>원일희·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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