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변화 수용못하고 기회주의적 행동”9일부로 불 최장수대통령 집권기록을 세운 미테랑의 첫 통일독일 방문을 앞두고 독일언론들이 환영사 대신 모욕적인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독일통일을 가장 못마땅해했던』 미테랑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3일간 수도 베를린과 동독지역 등 통일의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 의미깊은 국빈방문 계획이 지난 3일 발표된후 「환영사」 비슷한 글도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련사태직후 「미테랑의 기회주의」를 비난했던 독일언론들은 통일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 미테랑의 동구변혁 유고문제 소련사태 등에 대한 대응자세를 『시대착오적』 『중풍든 파리(Paris)』 등으로 신랄히 매도하고 있다.
보수 진보언론에 공통된 이같은 비난공세는 「감정풀이」 차원을 넘어 유럽질서 대변혁이 양국관계에 초래한 갈등의 깊이와 폭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수계열의 프랑크루프터 알게마이네지는 6일 「미테랑의 검은 시간들」이란 글에서 미테랑이 베를린장벽 붕괴직후 『독일통일은 10년내에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 사실을 새삼 상기시켰다. 당시 미테랑은 고르바초프가 자신에게 『독일통일 뉴스에는 내 자리를 소련군 원수가 차지했다는 뉴스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며,「통일불가」를 장담했었다.
결국 고르바초프에게 물을 먹은 형국인 미테랑은 소련 쿠데타가 발생한 지난달 19일 저녁 TV회견에서 고르바초프의 이 발언을 다시 인용,고르비가 독일을 통일시킨 것은 실책임을 은연중 강조했다. 이는 물론 고르비 실각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것이었다.
미테랑은 이틀뒤 쿠데타 실패가 분명해지자 자신은 처음부터 쿠데타 실패를 확신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는 프랑스 우파야당은 물론 영국언론들도 미테랑의 기회주의적 과오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진보적인 주간 디 차이트지 최근호는 「중풍든 파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테랑은 최근 사태뿐 아니라 전반적인 유럽질서 변혁과 관련,『2차대전 이전의 시대착오적 인식수준과 정치적 감각상실을 드러냈다』고 매도했다.
그 단적인 증거로 최근 독일내를 겨냥한 신형 단거리핵미사일 아데(Hades) 40기를 독일의 항의에 아랑곳 없이 배치한 것을 지적했다.
디 차이트는 『미테랑은 독일방문 기회에 아데미사일이 파괴할 수 있는 독일의 지형지물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디 차이트는 결론적으로 과거 드골이 지적한 「독일문제」 대신 『이제 파리의 중풍이 유럽의 골칫거리가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테랑이 올해 75세임을 빗댄 독일 언론들의 「중풍」 매도가 아니더라도,유럽 일부언론에서는 집권 10년을 넘긴 미테랑이 권태를 느끼고 있다거나 주변의 「인의 장막」에 가려 탁월한 외교감각을 잃고 있다는 등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 미테랑의 「중풍」 증세는 프랑스 자체가 독일통일 등 유럽질서 변혁에 따라 「중풍」을 앓는 상황에 몰린데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할수 있다.
독일통일에 대한 프랑스의 「공포」와 「시기」는 언론과 일반에서 더 높았다.
소련의 변화도 독소 유착을 가속화,유럽의 기존질서를 중부유럽의 패자 독일에 한층 유리한 쪽으로 변화시킬 뿐이다.
결국 미테랑은 유럽질서의 격변속에서 프랑스의 입지약화를 조금이라도 저지하기 위해 「중풍」 비난을 무릅쓰고 있다고 할수 있다.
바이체커 독일 대통령이 미테랑을 초청한 것은 양국간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스처인 셈이다. 그러나 양국언론의 신랄한 비난 음해 공방은 그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것임을 나타낸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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