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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 말하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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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 말하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초대석)

입력
1991.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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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국 일관성 없는 정책탓”/환율·금리조정등 정부지원 절실/대일적자 못줄이면 「식민지」 전락/우리기업들 꾸준히 기술투자등 해와… 재벌해체·기업별 성장론에 찬성올들어 8월말까지 국제수지적자가 90억달러에 이르고,소비자 물가가 8.3%나 올라 경제비상이 걸렸다. 무역흑자가 났다고 온나라가 잔칫집처럼 떠들던 것이 불과 3년전인데,이제 「무역적자와 인플레」라는 낯익은 악령이 되살아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원로기업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만나 어떻게 경제난국을 풀어갈것인지 들어본다.

▶무역적자와 물가불안으로 경제기조가 흔들기고 있는데,오늘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보십니까.

『우리는 무역흑자 1백억불을 냈던 나라인데 이제 적자 1백억불을 기록하게 됐으니 확실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던 우리 경제가 난관에 부딪친 것은 사실이고,정부·기업·국민이 힘을 합쳐 오늘의 난관을 뚫고 나가지 못한다면 경제가 주저앉을 위험까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상사태라는 인식 아래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정부는 과감하게 기업활동을 밀어주고,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며,국민은 근검절약의 정신을 되찾아야 합니다』

▶정회장께서 지금 기획원장관이라면 어떤 정책으로 기업을 밀어주시겠습니까.

『정부는 해외시장에서 점점 경쟁력을 앓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율과 금리입니다. 그때그때 신속하게 환율을 조정해주고,금리를 다른 경쟁국들 수준으로 내려야 합니다. 일본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금리가 7∼8% 수준인데 우리나라의 상업금리는 19%나 되니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갖겠습니까. 갑자기 금리를 내리기가 어렵다면 2∼3년동안 목표를 세워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할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3저 호황때 번돈을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땅투기가 재테크에 몰두하는 동안 다른 후발개도국들에게 시장을 뺏기게 됐다는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명히 얘기하고 싶은 것은 큰 재벌중 부동산 투지를 한 기업은 없다는 것입니다. 보험회사들이 빌딩 등을 사서 재산가치를 갖는것은 사실이나,투기로 차익을 것과는 다른것입니다. 또 우리나라 기업들이 매상에 비해 기술개발 투자를 적제한다고 비난들을 하지만,사실 우리나라는 고금리 때문에 매상에 비해 이익이 가장 적은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기술개발 투자 비율을 외국의 기업들과 단순비교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동안 나름대로 시설투자,기술개발투자를 꾸준히 해왔으며 앞서 말한대로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협조만 이루어진다면 2년후쯤 다시 1백억불 흑자를 올릴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3공은 「성장과 개발」을,5공은 「안정」을 경제시책으로 밀고나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나,6공의 경제정책은 애매모호한채 표류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6공은 어떤 정책을 쓰는게 좋았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안정·성장 모두 놓쳐

『확실히 3공은 성장과 개발에 성공했고,5공은 안정이외회에 어느정도 성장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6공의 경제목표는 인정된지,성장인지,또는 두가지를 다하겠다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두가지를 동시에 이루기 어렵고,하나를 밀고가려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므로 선후를 잘 책정해야 합니다. 나는 6공이 초기에 먼저 안정을 선택하고,안정위에서 성장을 밀고나가는게 바람직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6공은 민주화라는 뚜렷한 성과를 올렸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6·29이후 일시에 분출한 노동자와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사태를 총질안하고 군대동원 안한채 넘겼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야 합니다. 정부가 민주와와 씨름하는 동안 경제장관들이 뚜렷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안정도 성장도 놓쳐 버린것입니다. 역시 한 정부가 여러가지를 다 성공하기는 어렵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무역적자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대일적자를 줄이려면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정부·기업·국민이 합심하여 앞서 강조한 노력을 쏟는다면 5년후쯤 겨우 적자감소 추세가 시작되리라고 봅니다. 그때까지 실패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일본의 경제식민지가 되고 말것입니다. 지금 우리 기업들이 기계공업에 많이 투자하고 있으므로 내년부터 대일기계류 수입은 감소추세제로 갈것입니다. 대일적자가 줄어들려면 남북통일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할수도 있겠습니다. 국내시장이 커지면 국제경쟁력도 강화될 것입니다』

▶한국의 자동차가 초기에 호조를 보이던 미국시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2급 시장으로 밀리고 있는것은 기술개발과 시장관리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우리가 미국에 자동차 수출을 시작할때 미국의 자동차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년 호황끝에 불경기가 시작됐고,86년에 35만대를 팔았던 현대자동차는 20만대로 후퇴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미국의 제너럴모터스,크라이슬러,포드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도 50∼60개의 지방공장을 폐쇄했고 일본 자동차도 우리와 비슷한 비율로 미국시장에서 후퇴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아시아와 구라파 지역으로 시장을 넓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시장에서 밀려났다는 진단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공룡처럼 커지기만하고,어떤 품목에서도 세계적인 일류기업이 되지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얼마전 부총리가 재벌해체론을 내놨는데 나도 찬성입니다. 이제 재벌은 해체되고,각 기업별로 성장해 나가야 하며,그것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1년정도 그룹별 여신규제를 풀고,1년후 기업별로 독립시키는게 좋을 것입니다. 여신의 숫자,성장의 숫자를 기업별로 통합발표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국민에게 위회감만 주게 됩니다』

○근로자들 의욕 되찾아

▶근로자들이 일할 의욕을 잃고,생산성이 임금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경제적 허무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걱정이 높습이다. 언제쯤 근로현장이 의욕을 되찾으리라고 보십니까.

『자동차 3만,중공업 2만 등 제조업 근로자가 가장 많은곳이 현대인데,나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한때 의욕을 앓고 파괴적 허무주의에 빠진적이 있지만 그런 고비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 일할 의욕을 되찾고 있습니다. 분위기도 좋고 출근율도 높고 공휴일 출근도 요청하면 기꺼이 응하고 있습니다. 월급이 지나치게 오르고,생산성이 떨어지고,제품의 질이 내려가던 위험한 고비는 넘겼는데 자꾸 위험하다고 떠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개발청책과 주택건설을 너무 의욕적으로 밀고가는 바람에 건설 숙련공들의 임금이 매년 50%이상 몇해째 상승하고 있으나 다른부문 임금은 상대적으로 안정돼가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임금인상률이 한자리수를 넘긴 했지만,정부도 공무원 봉급을 한자리수 이상으로 올렸는데,근로자 봉급을 그 아래로 올릴수 있겠습니까』

▶소련이 급변하고 있는데 소련진출에 앞장섰던 현대는 차질이 없습니다.

『그동안 나는 소련에 13번 중국에 2번 북한에 한번 다녀오면서 북방진출을 다져왔는데 소련의 쿠데타 실패를 계기로 한·소 관계는 더욱 급진적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봅니다. 소련의 목재,석탄,석유,수산물 등 풍부한 자원은 우리나라의 제2도약을 가져오는 좋은 공급처가 될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일본에서 소련진출의 전망이 어둡다고 선전하는 것은 한국기업의 진출을 경계하려는 속셈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나는 소련경제 자체의 전망이 좋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경쟁하는 방법을 알지못하므로 시장경제가 자리잡으려면 10년은 걸릴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출하기에는 충분히 가치있는 시장입니다』

○소자원 활용가치 높아

▶TV드라마 「사랑과 야망」이 현대그룹의 정회장과 이명박회장을 모델로 했다고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그 드마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대를 모델로 했다는 말을 듣고 나도 그 드라마를 몇번 본적이 있는데,우리는 그 드라마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드라마는 「현대」라는 회사 이름을 안썼을뿐 누가보든 현대의 성장사를 소재로 쓰고있기 때문에 사실이 왜곡되면 시청자들에게 현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높습니다. 건설,중공업,자동차 등 우리 그룹내의 회사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성장해왔는데,마치 몇몇 사람들이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묘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현대를 소재로 하려거든 사실에 충실하기나 해야할텐데,방송국측과 작가는 그 드라마가 현대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은 이상 내용을 어떻게 쓰든 작가의 특권이라고 주장합니다. 작가의 특권을 침범할 생각은 없으나 우리는 그 드라마가 현대의 이미지를 혼란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할때 각계각층 인사 67명으로 대규모 사절단을 구성하여 구설수에 올랐는데,기회가 온다면 정치에 참여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정치는 한평생 나와 관련이 없던 일이고 앞으로도 전혀 참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중국 방문단은 내가 칠십평생 살아오면서 너무 바빠 만날수 없었던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청하여 같이 여행을 하면서 정을 나누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재벌이 신문까지 갖는것에 대해 말이 많은데 왜 신문을 하려고 하십니까.

『모두가 사업만 하면 사회가 메마르니까 사회를 부드럽게 만드는 신문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만들려는 신문은 지금있는 신문들과는 다른 문화신문 입니다』

○기업은 신용이 우선

▶재벌이 되기를 꿈꾸는 중소기업인들에게 무슨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기업은 돈으로 하는게 아니고 신용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기업을 하고싶은 사람들은 먼저 주변에서 부터 저사람은 됐다,틀림없다,남한테 폐를 끼치지 않고 득이될 사람이다라는 평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크고 작은 사업이 모두 번창하고 성공할수 있을것입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먼저 신뢰부터 쌓아야 합니다』

▶어떤 사업가가 되고 싶었습니까. 그 꿈을 현재 어느정도 이루셨습니까.

『나는 건설업으로 시작했으니 먼저 건설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꿈은 이미 이뤘습니다.

둘째로 생산업자로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기업인이다 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조선공업에서 현대조선이 83년부터 생산톤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고,현대정공은 컨테이너에서 세계 1위입니다. 자동차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앞으로 20년은 걸릴것이고,플랜트는 10년안에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꿈을 이룰 기틀은 모두 닦은 셈입니다』<대담 장명수 편집국차장>

◆약력

▲1915년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 출생

▲송전보통학교 졸업

▲1947년 현대토건 설립

▲1967년 현대자동차 설립

▲1973년 현대조선중공업 설립

▲1983년 현대전자설립

▲1985년 전경련회장,5선역임

▲1987년 현대그룹 명예회장·전경련 명예회장

▲1989년 한·소 경제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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