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서 쿠데타가 실패한후,도처에서 레닌의 동상이 목에 밧줄을 걸고 끌어내려지는 사진이 연일 신문에 실렸다. 사진만으로도,동상이 대위에 높이 서 있지 못하고 땅위에 누웠을때 얼마나 우스꽝스런 허깨비가 되는지,동상을 끌어내리면서 군중이 맛보았을 폭죽같은 해방감과 각성의 기쁨까지도 생생히 전해져 왔음은 우리 또한 동상을 끌어내려본 경험때문이 아니었을까.북한은 이 지구상의 여러나라중 동상이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기리고 흠모할 위대한 인물이 그렇게 많다고 해도 가위 놀랄만한 수효가 생존한 권력자 동일인의 것이라니,그 권력의 속성을 알만하다. 그 좁은 땅덩이까지 감안하면 가도 가도 헤어날 길 없는 우상의 숲을 연상하게 된다. 그 우상들의 수명은 앞으로 몇년이나 남았을까. 그 많은 우상들을 땅위에 누이려면 대단한 인력,폭발적 깨어남의 힘이 있어야할 것 같다. 집단화한 북한 사람들의 그 어느나라 사람들과도 닮지 않은 표정,카드 섹션처럼 일사불란한 열광과 황홀경을 생각할때,깨어남을 낙관할 수도 없지만,깨어났을 때의 사태 또한 상상이 잘 안된다. 눈에 보이는 우상을 철거하는 일은 인력이 달리면 기계적인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마음이다. 우상을 섬기는 마음에서 깨어나게 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무지막지 해서는 더군다나 안되리라. 거짓에서 스스로 깨어나게 하려면 우선 대안이 될 참된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뿐 아니라,깨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애정의 눈길과 진정한 힘이 있어야 할것 같다.
우리에게 과연 그런 능력이 있을까.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에 일어난 일대변혁은 충격적이었다. 우리 생전에 그런 변화를 본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그들 폐쇄사회의 우상의 힘에 가위 눌린 것은 그 나라 국민만이 아니었던듯 싶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낸 제도중 어떤 용상도 불허할만큼 절대적으로 옮은 제도가 있다면 그건 우상에 불과할테고,우상의 무너짐은 필연적일진대 올것이 온데 불과하다. 밖에선 갑작스러운 변화로 보이지만 자유를 갈구해 꾸준히 몸부림쳐온 그 나라 국김의 저력으로 봐서는 너무 늦은 변화였을 것이다. 그런 값진 변화를 우리 정부는 아주 쉽게 우리 체제의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고 쾌재를 부르는 것 같다. 얼마전까지도 자본주의를 헐뜯거나 이의만 제기해도 공산당으로 몰아붙인 식의 난폭하고 단순한 사고방식으로,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는 곧 자본주의가 우위라는 증명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듯한 조짐은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고서야 남의 무너짐을 신이 나서 보도하는 것 외에 그들을 교훈 삼아 우리가 좀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그렇게 안할수가 없지 않는가. 그러는 사이에 자본주의는 우리가 부끄러움없이 숭배하고 모셔야할 황금 송아지가 되어 거침없이 높은 자리를 자치하고 있다. 돈 벌기위해 수치심을 모르기는 여나야나,학자나 장사꾼이나,가진자나 못가진 자나 막상막하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걸 누가 탓하랴는 식으로 자본주의라는 황금 송아지를 새로운 우상으로 떠받드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로 끊임없이 개선해 가려는 유연성을 상실하고 절대직인 것으로 우상화 시켰을때 무너지게 돼있다는 남의 집안 일에서,어쩌면 이렇게 조금이라도 찔리는 바가 없는지.
나는 여지껏 어느 특정한 정치색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자신애 체질적으로 자유민주주의자라는 걸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체제가 국민들을 행복하지 못하게 한 내막을 드러내면서 속속 무너지는 걸 보면서 사회주의가 겨우 고것밖에 안되었던가 실망이 되는 한편 허전하고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그건 우리 사회의 갈수록 정의롭지 못해지는 분배의 문제,대책없는 복지문제 등에 절망할 때마다 사회주의의 이상에다 한가닥 꿈을 걸었었기 때문이다. 그 꿈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황금 송아지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들의 이런 움츠러든 꿈까지 복돋우고 받아들일 용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사회주의자나 북한을 동조했다고 법에 계류중이거나 형을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풀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영웅으로 떠받들던 추종세력은 이제 허탈하고 지리멸렬해져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영웅이 아니다. 추종세력 없는 반체제 인사를 마냥 가둬놓는다는 것은 꿈을 꿀 개인적인 자유마저 허락 안한다는 엄포와 다를바 없다. 우리 정부도 이제 그들의 영향력보다는 관용의 영향력에 자신을 가질때도 되지 않았을까. 또한 지나친 떠받들음이 우상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박해 또한 우상을 만든다는 걸 잊지 말았으며 싶다. 어느쪽 우상이든지 우상 만들기는 미연에 방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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