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1.09.03 00:00
0 0

『술이 사람마저 마셔버린다』는 말이 있다. 과음과 알코올중독의 무서움을 경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습관성 음주벽이나 중독의 경지에 이른 지독한 술꾼들이란 이런 당부를 곧잘 무시해 몸을 망치고 대사를 그르치기도 한다. 최근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소련 보수파의 쿠데타 기도도 알고보면 수뇌부의 술때문에 실패한 것이라는 외국언론의 보도는 술의 무서움을 새삼 실감케 한다. ◆보도에 따르면 구속돼있는 쿠데타 주동인물인 야나예프 당시 연방부통령이 그 중대한때 독한 보드카 2병을 비우고 인사불성에 빠져있었고 파블로프 당시 총리 역시 만취상태였다니,마치 술이 주동 인물들의 운명과 함께 쿠데타란 대사마저 한꺼번에 삼켜버린 셈이었다. 이처럼 엄청난 술의 위력은 역사상 일찍이 없었을 듯하다. 국민적 저항에 겹친 술의 도움(?)으로 쿠데타가 좌초하면서 공산당이 해체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과연 술의 힘은 가공할만 하다. ◆이같은 역사적 해프닝은 소련국민들의 심한 음주벽에서 그 풍토가 조성되었을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제1의 술꾼나라로 알코올 중독자만 4백만명에 이르렀다니 사정을 짐작할만 하다. 그들이 즐기는 술도 알코올주정에 물을 탄 보드카란 지독한 독주이다. 공산압제의 암울한 세월이 많은 국민들을 보드카 꾼으로 내몰았고,공산수뇌부마저 그 술고래 대열에 함께 휩쓸렸던 것이다. 과거 미국의 부시정권 출범초기에도 타워 상원의원이 평소의 음주벽 때문에 국방장관 인준을 받지못해 결국 패가망신한 일이 있었다. ◆우리라고 술에 관한한 소련의 해프닝을 흉만 볼수 없는 처지이다. 우리도 세계 2위의 술소비국(주정도수로는 27위)으로 한해 5조원어치 상당을 마셔대는 준고래급의 술꾼나라이고 폭탄주에 2차·3차를 마다않는 술버릇도 고약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술실력이 유전적으로도 중국이나 일본사람보다 세다는 것이고 보면,국민 모두가 지금부터라도 술덜마시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할 때이다. 정치나 경제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가 술탓이 아닌지도 걱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