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보유 모범 재소자들이 오는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산업현장에 투입된다는 소식이다. 1차로 4백명을 교도소에서 통근시키고 내년 3월부터는 1천명,그리고 연차적으로 기능보유재소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다니 여러모로 파격적이고 엄청난 일이다. 죄를 지어 법에 따라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재소자들이 수감중 각종 기능을 습득했을뿐 아니라 모범 산업현장에서 일반인과 별 다름없이 상당한 임금을 받고 일을 할수가 있게 되었으니 대담한 발상이라는 소리가 실감날만하다. 그래서 법무부도 이 제도가 정착되면 재소자들의 현장 적응능력이 배양돼 재범방지 효과를 거두고 산업체의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지 않은가.그런데 이 시점에서 먼저 지적해야 할점은 행형의 목적에 관한 원론적인 문제이다. 행형이 지은 죄에 따른 법적규제와 사회복귀를 위한 교육 등 두가지 큰 목적을 가졌다고 할때,과연 이번 조치가 이같은 목적보다는 인력난이라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 필요성에 먼저 이끌려 성급히 내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앞서는 것이다. 오늘날 교도행정이 과거보다는 진일보했다지만 아직도 교화의 목적을 이루기에는 시설이나 인력이 좁고 부족한 실정이고,재범률이 늘면서 교도소에서 도리어 범죄를 익혀 나온다는 소리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또한 교도소내의 돈에 얽힌 부조리와 말썽도 끊일새가 없었다. 그래서 이같은 원천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획기적 노력은 하지 못하면서 재소자를 밖에 풀어놓는것만으로 「교도행정의 전향적 일대전환」이라고 자화자찬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범 기능재소자의 산업현장 투입에 긍정적 효과도 물론 있을 것이다. 인력난도 해소하며 적응훈련도 겸해 정착금마저 마련되는 셈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편의주의적 발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지난 70년대 재활교육을 받고 가출옥한 일부 기능사들이 대기업에 집단 취업한뒤 직장에서의 폭동 주동의 말썽과 위화감 조성,재범을 저지르는 등의 말썽을 빚어 재활계획 자체가 흐지부지된 일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그와 같은 가출 옥후의 산업현장 배치나 교도소 공장내에 격리된 위탁생산이 아니라 재소자의 신분으로 곧바로 일반사회와 뒤섞인다는 점에서 온갖 문제와 걱정이 한꺼번에 생겨날수 있음을 당국은 충분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반근로자와의 충돌이나 도주위험에다 성급한 집단행동이나 심무경험부족에 따른 안전사고도 예상할 수 있다. 또 산업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다른 재소자들과의 갈등이나 관리상의 혼란도 없을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인력난은 성급한 재소자 투입보다는 보다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으로 해결해 나가야한다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재소자의 산업현장 투입은 교화에 효과가 있고,부작용이나 역기능이 철저히 방지될 수 있는 단계에서 보다 신중히 추진되었으면 한다.
재소자 교화는 먼저 교도소에서부터 이뤄져야 하고,사회적응 예행연습은 그 다음단계에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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