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소식 듣자 미하일 격납고에 넣도록 지시/통신시설 폐쇄해 모스크바 명령채널 봉쇄도소련사태는 지난 10일간 쿠데타의 발생과 실패에 이은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대두,공산당 해산,공화국 독립선언에서 연방재편에 이르기까지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미대통령 등 미국정부·군수뇌부를 긴장시킨 것은 무엇보다도 초강대국 소련의 「핵관리」 문제였다. 쿠데타 3일간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외부연락이 단절된채 크리미아반도에 연금돼 전세계 미군을 긴장시켰다. 소련 격변의 무대뒤에서 세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던 소련의 핵문제를 추적했다.
○미 안심하고 경계완화
▷명령◁
쿠데타 와중에 기민하게 핵무기를 통제했던 사람은 소련전략 로켓군사령관 막시모프 장군이었다. 그는 쿠데타 발생소식을 듣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SS25의 격납고에 넣도록 명령했고 산하부대에 경계태세 해제를 지시했다. 그는 또한 모스크바와의 통신시설을 폐쇄해 쿠데타지도부의 명령채널을 봉쇄했다. SS25의 격납고 수용상황은 미국 정찰위성에 즉각 포착돼 이를 보고받은 부시 대통령은 『소련의 핵공격은 없을것』이라는 판단아래 전세계 미군의 경계태세를 완화했다.
소련은 이 SS25를 2백50기나 보유하고 있는데 SS18 등 여타 ICBM 모두를 격납시켰는지는 확실치 않다.
○「악몽」 현실화될뻔
▷악몽◁
소련은 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전략핵폭격기 등 소련내에서 미국을 직접 공격할수 있는 전략핵을 약 1만1천기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단거리미사일·핵포탄 등 1만9천발을 포함,전술핵이 3만발 정도 있다. ICBM·SLBM·전략핵 폭격기의 총수는 미국과 비슷하지만 소련은 ICBM에 비중을 두고 있다.
소련은 최근 경제파탄 등으로 강대국의 지위는 몰락했지만 보유한 핵무기 때문에 「초대국」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30분안에 미국을 파멸시킬수 있는 나라는 이 세게에 소련밖에 없다』는 파월 미국 합참의장 분석대로 미국으로서는 경계심을 늦출수 없는 상대국이다.
냉전시대에 미소간의 평화를 유지한 「핵억지력」은 서로 공격하면 반드시 보복을 당한다는 「상호확실파괴론(MAD)에 의거해 있었지만 이 논리는 현재도 유효한 상태이다.
이번 혼란기에 강경파가 핵발사 시스템을 수중에 넣고 『전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광기를 부렸다면,있어서는 안될 악몽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이번 소련 쿠데타는 미국측이 상상했던 「악몽 시나리오」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암호관리 미보다 엄격
▷암호◁
소련 쿠데타 거사 하루전날인 지난 18일 쿠데타 지도부는 크리미아 별장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사임을 강요,이를 거절당하자 대통령이 갖고있던 핵발사 암호코드와 특별 통신장치가 든 가방을 탈취했다.
미국 정부에 의하면 소련의 핵관리 시스템은 어떤 면에서는 미국보다 엄격하다. 즉 미국은 핵암호 코드를 대통령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데 반해 소련은 대통령·국방장관·군참모총장 등 3인이 갖고 있는 암호를 합쳐서 해독하지 않으면 알수없게돼 있다.
따라서 만약 쿠데타 주역인 야조프 국방장관과 쿠데타 관련설이 나돌았던 모이세예프 참모총장이 뜻을 합쳤다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암호코드가 탈취됐던 시점부터 세계평화는 「풍전등화」였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발트3국 독립운동,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민족분쟁 등을 겪자 고르바초프는 핵병기를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재 전략핵은 발트3국에는 없고 러시아·백러시아·카자흐공 등 3개 공화국에만 산재,그중 80%가 러시아공화국 안에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전술핵 등은 독립선언을 한 일부 공화국에 일부 남아있기 때문에 군부의 규율이 느슨해진 틈을 타 강경파나 민족분리주의자 등에 탈취당할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남영진기자>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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