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5월 출범한 제헌국회는 정원이 2백명 이었다. 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은 정부수립 당시의 국회의원 정수를 감안해서인지 의원수의 하한선을 2백명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즉 헌법 제41조 2항은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백인 이상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하한선만 있고 상한선은 없다.제헌국회에서 비롯된 2백명선은 5대까지 계속 되었다. 2대 민의원은 2백10명,3대 민의원은 2백3명,4대와 5대가 각기 2백33명이었다. 그러다가 5·16 군사혁명을 계기로 의원정수가 많이 줄어들어 6대와 7대 국회는 각각 1백75명밖에 되지 않았다.
50년대가 2백명선 이었다면 60년대는 1백75명으로 일관성을 유지했고 70년대에 들어와서는 다시 2백명 선으로 되돌아 갔다. 71년에 출발한 8대가 2백4명이었고 73년의 9대,79년의 10대가 각각 2백19명,2백31명 이었다. 소위 유신 국회라고 불려졌던 9대와 10대에는 각각 73명과 77명의 유정회의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당시엔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얘기가 있었다. 의원들은 손이나 들어주는 거수기 노릇밖에 못했고 국회는 행정부의 시녀노릇밖에 못했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더 높았던것 같다.
유신시대가 끝나고 제5공화국의 첫 국회로 81년에 등장한 11대 국회는 2백76명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제헌이래 가장 많은 수였다.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출하려고 서둘다가보니 양적팽창을 가져온 것이다.
그후부터 80년대는 의원정수를 꾸준히 늘려가 3백명 가까운 선까지 끌어 올렸다. 85년의 12대 국회는 2백90명까지 의원이 늘어났고 88년에 시작된 지금의 13대 국회는 2백99명까지 늘어나기에 이른 것이다. 제헌국회에 비하면 99명이 더 늘어났고 가장 적었던 5·16이후의 6·7대에 비하면 1백24명이 더 불어난 셈이다.
13대 총선을 앞두고 소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선거구를 자꾸 늘리다 보니 자칫하면 3백명을 넘을것 같아 2백99명으로 막았던 것이다.
이제 14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선거구를 늘리려는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당초 「돈안드는 선거」를 하기위해 대선거구로의 전환을 추진하던 민자당이 여의치 않게 되자 소선거구를 대폭 늘리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민자당이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은 선거구의 인구 상한선을 35만명에서 30만명으로 줄여 20여개의 선거구를 증설하는 내용인것 같다. 4년만에 선거구를 20여개나 늘린다는 얘기다. 선거구 증설로 늘어나는 의원수 만큼 전국구 의원수를 줄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전국구 의원수를 축소 조정한다 하더라도 같은 소선거구 제도하에서 20여개나 증설한다는 것은 지나친 팽창 같다.
신민당이 유리한 지역에서는 1구밖에 증설되지 않아 반대한다는 야당의 논리도 우스꽝스럽지만 상한선을 낮춰가면서까지 지역구를 대폭 늘려야겠다는 여당의 속셈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여당의 개정안대로 추진된다면 국회의원 정수가 사상처음으로 3백명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나라와의 인구비례로 따져보면 인구 4천만인 한국의 국회의원 정수가 3백명선이라면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결코 많은것은 아니다.
다같이 5천7백만의 인구를 가진 영·불·이 3개국의 하원의원수는 각각 6백50,5백77,6백30명이며 7천8백만을 가진 독일의 연방의회는 6백62명이다. 그러나 미·일에 비하면 많다. 2억5천만의 미국이 하원 4백35명에 상원이 1백명이고 1억2천만명의 일본은 중의원 5백12명에 참의원이 2백52명이다.
선거때마다 선거구와 의원수를 늘리는 습관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적절한 규모의 국회가 어떤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봐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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