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 분권·경제개혁 가속/한·소경협 접촉다원화 필요/나사풀린 사회기강… 경제전망 여전히 불투명【모스크바=유석기·이장훈기자】 『볼셰비키 혁명과 페레스트로이카에 이어 소련 사회는 이제부터 제3의 혁명기를 맞게 될겁니다』
24일 (현지시각) 이번 불발 쿠데타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추모 행렬로 온종일 교통마비 상태를 겪고 있는 모스크바 중심가를 지나면서 현지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향후 소련의 변화를 이렇게 전망했다.
이날 상오9시 크렘린궁앞에서 시작된 장례식은 러시아공화국의 의회 의사당에까지 가두행렬로 이어졌고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수백명씩 모여 희생자에 대한 추모집회를 시내 곳곳에서 벌였다.
전 세계를 당혹케한 소련 쿠데타는 이날 장례식을 끝으로 외견상 일단 마무리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모스크바에서 이번 사태를 직접 겪은 한국대사관이나 상사의 주재원 및 교포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몇개월간 소련사회는 러시아 혁명에 버금가는 대변혁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 언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쿠데타의 도화선이된 신연방조약이 26일 통과되고 연방정부 각료들이 대부분 교체될 전망이다. 각료중 한소경협 체결과정에서 실무대표를 맡았던 마슬류코프 제1부총리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지금까지 계획경제의 핵심적 기구였던 국가계획위원회(고스플란)가 존폐위기에 처해있고 신연방조약의 경제분야 후속조치가 구체화될 것이 확실하다. 경제분야에서 신연방조약의 핵심적 내용은 조세징수권과 자원개발권을 연방정부에서 각 공화국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각 공화국이 조세징수를 전담하게되면 전체 세수의 10% 안팎만 연방정부에 넘겨주게돼 공화국간 재정수입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쿠데타를 기도한 보수세력들은 신연방조약 체결로 소연방이 완전해체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반대 양상이 빚어지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한소경협 지원의 장래에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한국대사관측의 분석이다.
이경두 경제공사는 『경제관련 후속조치때 연방정부와 공화국간에 대외채권의 승계 및 분할처리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라며 『현재로 선 해외차관 도입 등 대외경협 관계는 연방정부가 총괄조정·배분하는 역할을 맡고 각 공화국은 루블화로 연방정부에 변제하는 형식이 채택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럴경우 물론 러시아공화국을 비롯,실질적인 경협 파트너와 접촉을 다원화해야할 필요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나 30억달러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대소경협 자금이 공중에 떠버리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련의 경제개혁은 이제 분권화된 공화국간에 상호 경쟁을 통해 새로운 가속도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소련경제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낙관적인 경제학자들조차 오는 93년께 가서야 겨우 88년 수준으로 회복될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시장경쟁 체제의 원동력인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만을 요구,이웃이 돈잘버는 모습을 보면 드러내놓고 백안시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 사회 각 분야에서 풀릴대로 풀려버린 기강을 바로잡을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