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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도 집도 “황토물바다”/본사기자 헬기로 경북 수해현장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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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도 집도 “황토물바다”/본사기자 헬기로 경북 수해현장 가다

입력
1991.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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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창 안강벌은 망망대해로 변해/인적 끊기고 오물만 “둥둥”/보이는건 가로수·전주뿐출수기의 벼들로 평화로워야 할 들판은 온통 황토물바다로 변한채 뿌리뽑힌 가로수들이 떠다니고 있다. 강과 길도 구별할수가 없다.

태풍 글래디스가 휩쓸고간 지역에서는 각종 쓰레기와 오물로 더욱 더러운 흙탕물이 야속할만큼 더디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폭우가 멈춘 24일 상오 육군헬기가 1시간여 동안 내려다본 경북지방 수해현장은 참담하기만 했다. 상오11시10분 육군 제6619부대 헬기장을 떠난 UH1H 헬기(조종사 이동길 대위·33·이태술 준위·29)는 금호강을 따라 대구­영천­안강­경주로 동진하면서 강인지 땅인지 모를곳의 상공을 비행해야 했다.

동해안지방 보다는 경북내륙의 피해가 적은데도 안강벌의 90%는 물에 잠긴것 같았다. 경부 고속도로에서는 다시 뚫린 길을 각종 차량이 막힘없이 오가고 있었으나 수해는 동진해 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이륙후 10여분만에 다다른 영천시내의 문화맨션 등 금호강변 아파트단지 일대는 곳곳이 침수된채 가로수들이 황토물 여기저기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상오11시30분 경북 동해안지역 곳곳을 휩쓴 형산강하류에 들어서자 형산강제방 곳곳이 붕괴,황토물이 집과 들판을 삼킨 끝없는 황토물바다가 펼쳐졌다.

안강시내 올림푸스맨션 등 침수된 아파트단지·학교 등이 막 끝나는 곳에서부터 왕복 2차선의 안강­포항간 국도는 황토물속에 빨려들어가고 없었다.

보이는 것은 전신주와 겨우 버티고 서있는 가로수뿐이다.

형산강제방의 토막이 검붉게 모습을 드러낸 황토물 바다속에서 인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는 그쳤지만 수해의 깊은 상처는 각계의 지원·격려가 절실해 보였다.

당초 수재피해가 극심한 경북 동해안 포항상공을 비행하려 했던 육군헬기는 동해쪽에 접근할수록 더욱 짙어지는 구름안개 때문에 포항행을 포기,기수를 경주쪽으로 돌려 남행했다.

이틀간의 집중폭우로 두절됐던 포항­경주간 왕복 4차선 산업도로에선 차량통행이 재개됐지만 포항쪽으로 가는 2차선은 황토물에 젖어 있었다.

안강에서 경주로 내려가는 산업도로 오른편의 현상강변 들판도 황토물바다였다.

상오11시43분께 다다른 신라의 고도 경주도 황토물에 밴채 수해의 상처가 역력했다.

사방의 산으로 물을 가둔 덕동댐이 홍수위에 육박,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제방붕괴 우려가 높았던 보문관광단지의 보문호 일대도 황토물과 도로가 아슬아슬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덕동댐은 오른쪽 배수구를 통해 황토물을 방류하고 있고 보문사도 흘러든 황토물을 경주시내 쪽으로 계속 토해내고 있었다.<육군헬기에서 안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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