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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가속화될듯(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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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가속화될듯(사설)

입력
199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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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의 궁중혁명은 사흘동안에 걸친 「궁중반란」으로 끝났다. 그것은 사흘동안에 걸친 사건으로 끝난것이 아니라 소련의 개혁,개방으로 시작된 세계사의 발전과정에서 거쳐야될 한 고비가 끝났음을 뜻한다. 그런뜻에서 앞으로의 역사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줄것이다. 한줌의 군장성과 보수파가 일으킨 이번 쿠데타는 애초에 교조주의적인 정통 이데올로기 지지세력을 과대평가한데서 시도된 불장난이었다. 이러한 과대평가는 쿠데타세력뿐만 아니라 그동안 소련의 정치를 주도해온 지도층과 서방측에서도 막연하게 받아들여진 상식이었다.그러나 크렘린의 「3일천하」는 소련의 소위 강경보수파 집단이 이미 소련사회에서 뿌리를 박탈당한 부평초의 집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91년 8월 크렘린의 3일 천하가 지닌 역사적인 의미는 이로써 과대평가돼온 보수강경파가 공식적인 사망신고를 했다는 데에 있다.

세계가 숨을 죽인 3일 천하의 드라마속에서 보여준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옐친의 용기있는 지도력과,탱크에 맞선 수많은 시민들에게 세계의 자유시민들은 경의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제 소련은 보수·개혁의 균형선에서 줄타기를 해온 개혁·개방정책을 주저없이 진행할것이다. 쿠데타의 직접적인 발단이었던 새 연방조약이 되살아나 소련은 보다 민주적인 주권국가의 연합체로 탈바꿈하고,시장경제화와 정치의 다원화도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개혁·개방의 가속화는 서방측과의 경제적 협력을 촉진하게 될것이다. 지난 7월 런던회담떼 고르바초프의 실질적인 경제원조 요청을 뿌리쳤던 서방 7개국도 이제 보다 실질적인 경제원조에 나서게 되리라고 기대된다. 소련이 민주적이고 개방된 사회로 남아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이번 3일 천하의 드라마속에서 서방 7개국도 실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의 드라마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쿠데타가 성공했다해도 이미 안정된 국교관계가 어느정도 굳어져온 한소관계에 기본적 변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모스크바사태에 즉각 반응을 보여 「사회주의 승리」를 장담하고,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사실상 깨뜨리는 전술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모스크바의 쿠데타 실패는 북한의 위신에 타격을 준 꼴이됐다. 3일천하 이후 소련에 상당한 정치적 판도의 변화가 올것은 확실하다. 그보다 우리의 관심은 사실상 지지부진했던 동북아의 냉전청산에 어떤 변화가 올것인가에 있다. 북한은 남북대화에 보다 성의있게 나와야할 것이다. 섣부른 대남 파괴전술을 전면포기하고,한반도에 안정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협조해야할 것이다. 지나간 스탈린주의에의 망상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세계는 이제 보다 확실하게 냉전청산을 굳힐 것이다. 한반도가 이 역사적인 흐름에 뒤지지 않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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