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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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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보수파의 쿠데타를 3일천하로 몰아내는데 국민적 구심점이 된 옐친은 이제 역사적 인물이 되어 세계적 칭송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번의 투쟁과정에서 보인 개혁과 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죽음을 마다하지 않은 초인적 지도력이 옐친을 잘못 흐를뻔했던 역사의 줄기를 바로잡은 역사적 영웅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일이 있기전까지만해도 서방세계는 옐친이라는 인물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기만 했다. 지성적이고 세련된 고르비와 곧잘 비교되어 거칠고 야성적인 그를 흔히 단순한 「선동정치가」 「허풍쟁이」로 깎아내렸고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고 믿을수 없는 인물로 평하기도 했었다. 그런 옐친을 『결코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며 감추어진 잠재력을 서방세계에 전했던게 바로 닉슨이었다. ◆전직대통령으로 현직의 부시 대통령에게 세계문제에 관해 사전노릇을 톡톡히 하고있는 노회한 닉슨은 지난 3월 일곱번째의 방소길에 소련지도층을 두루만나 그 됨됨이를 소상히 파악,그 결과를 부시와 서방세계에 전달했던 것이다. 당시 닉슨은 『고르비를 만나면 대도시 오피스빌딩에 앉아있는 기분이었지만,옐친을 마주하면 기름냄새 풍기는 공장입구에 선 느낌이었다』고 전제,『옐친은 거만하고 저돌적이며 모든 생각을 직선적으로 토해낸다. 그러면서도 복잡한 정치현상을 꿰뚫어보는 직관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해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간파했던 것이다. ◆닉슨은 또 『고르비는 「루비콘강」을 건널수 없는 인물이다. 반면에 옐친의 몸엔 혁명가의 피가 흐르고 민중을 끌어모으는 동물적인 흡인력이 있다. 때로 무모한 도박에 승부를 걸수있는 인물』로 묘사하고 『그러면서도 혁명의 불길을 유도하기보다 고르비와 평화적 적대관계를 유지하려는 옐친은 결코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고 했던 것이다. ◆이제와서 보면 닉슨의 옐친 평가는 얄미울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것이고 그런 지혜의 눈은 오랜 경륜과 통찰에서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닉슨­부시와 고르비­옐친이 엮어가는 오늘의 세계사가 흥미로우면서도 우리에겐 퍽 교훈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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