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교공작 회의서 「비밀문건」 통해 경고/참모총장 방소 정보입수·신화사 속보 뒷받침소련 급진개혁이 좌절이 중국에 던지는 의미와 파장은 깊고도 넓다.
고르비의 실각이 중국 공산당에 화가 될것인가 득이 될것인가.
북경 지도자들은 소련의 위기에 침묵을 지키며 사태의 진전에 따른 손익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는 북경 당국의 신중한 관망자세와 별개로 중국관영 언론의 소련사태 보도가 이례적이라할 만큼 신속하다는 점이다.
신화사는 19일 하오2시(한국시간) 벌써 야나예프 부통령의 대통령직 접수 뉴스를 보도하고 이어 한시간 간격으로 8인 비상사태위원회 위원명단,대국민메시지 전문을 전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비록 논평이 생략된 사실 보도였지만,신화사 모스크바 지국은 속보를 위주로하는 서방언론과의 속보경쟁에서 앞섰고 또 고르바초프의 성장배경,미영의 입장정리 등 상당한 사전준비가 필요해 보이는 많은 양의 기사를 신속하고도 자신감 있게 보도했다.
속보보다는 당국의 지침에 따른 신중한 보도를 관례로 보인 신속성과는 짧은 시간내 많은 양의 가사보도를 두고 일부 분석가들은 북경당국이 소련내 쿠데타의 정보는 미리 알고 긴밀하게 대비,추적해오고 있었던 징조가 아닌가 해석하고 있다.
중국 관측자들은 지호전 참모총장이 이번 8월초 모스크바를 방문,소련군부 지도자들과 접촉하면서 소련내 정변가능성에 관한 중요정보를 얻었던 것으로 믿고 있다.
지는 지난 8월7일 모스크바를 방문,야조프 소국방장관과 두차례나 회담한 바 있다.
물론 그렇더라도 북경지도자들은 소련내 강경보수파들이 재등장하게 되는 과정과 방법에는 충격과 우려를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공산당의 힘을 배경으로 삼지않고 단행된 군사쿠데타인 경우 정변의 사회적 기반은 극히 취약하며 이는 연방내 다수 공화국들의 분리주의를 촉진하게 된다.
이들 공화국에서 소요,폭동이 있을 경우 신강,티베트 등 중국내 소수민족 지역 소요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소련의 정변이 공산당이 사실상 배제된 군사독재 정권의 창출만을 가져온다면 중국 공산당은 이를 지지할수 없다.
이런점 때문에 북경은 고르비를 축출한 소련내 강경보수파와의 연계를 조심스럽게 강화하면서도 사태진전에 신중한 관망태도를 유지하려하고 있는듯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19일 하오 정치국 전원회의를 긴급소집,소련내 사태를 토의했으나 아무런 공식결론도 발표하지 않았다.
북경의 고위 지도자들은 지난 7월22일부터 5일 동안 북경에서 전국외사(외교) 공작회의를 소집,소련내 정세변화를 집중 논의 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강택민 총서기와 이붕총리가 주요 내부연설을 행했으며 송평,전기운,오학겸,진기위,추가화,주용기,양백영,희붕비,전기침 등 거의 모든 고위급 지도자들이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를 전후,당내 정치·이념투쟁의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당간부들에게 소련에서 금년중 루마니아 사태를 방불케하는 돌발적인 정변 가능성을 예고,이에대한 대비태세를 촉구하는 내부 비밀문건이 회람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북경의 지도자들이 소련내 정변의 가능성을 사전감지하고 있었더라도 모든 사태의 진전까지 정확히 가늠할 정보를 갖고있던 것은 아닌것이 분명하다.
당의 통제가 없는 군사 쿠데타나 이에따른 내전,유혈사태로의 발전을 북경은 원하지 않는다.
또 소련사태가 중국내 강경보수파의 전면적 탈권을 조장하고,개혁의 완전한 실패로 이어지는 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점에서 북경의 지도자들은 외국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으로 진전에도 거리를 둔 관망자세를 취하며 중국내부의 안정을 기다리는데 어느때보다 노력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소련내 보수강경파의 집권이 기정사실로 장기화될 경우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강경보수파가 내년 14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인사개편 등 기회를 이용,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려 할것만은 분명해 보인다.<홍콩=유주석특파원>홍콩=유주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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