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회귀는 힘들어 「중국모델」 유력/「극단적 혼란」으로 존립위기 소지도/경협등 관련 대서방관계 복잡 전망/정권안정에 적어도 1∼2년 걸릴듯▲김유남교수(단국대 미소연구소장)
▲유석렬교수(외교안보연구원)
고르바초프의 실각은 걸프전에 이어 또한번의 세계 지각변동을 가져올것 같다. 특히 우리로서는 한반도 통일에 변수가될 4강의 일원인 소련지도부의 교체란 점에서 커다란 관심이 아닐수 없다. 고르비 실각의 배경과 소련의 향방,국제정치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을 두 소련전문가의 긴급좌담으로 진단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김=고르바초프 등장이후 만 5년이 지나는 동안 3년전께부터 소련에서 실각설이 계속 흘러나와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르비의 지위가 불안하다고 보아왔다. 따라서 전혀 불의의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를 축출한다해도 보수·급진세력 등 어디에도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실각되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웠으나 최근 군부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가능했다고 본다.
20일 채택예정이었던 새연방조약안이 발효되면 정치·경제·사회 전반이 무정부 상태가 될수 있기 때문에 군부가 불안을 느껴 고르비에 계속 강력한 조치를 요구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이렇게 되지않을 경우 고르비는 제거할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본다.
○군부 기득권 위협 느껴
▲유=며칠전 소련외교 아카데미의 바자노프 부위원장이 내한했을때 『고르비 실각은 전혀 있을수 없는 일이며 가능하다면 쿠데타에 의한 것일뿐』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이러한 일반의 예측을 뒤엎은것은 역시 군부 등 실력자들 사이에서는 고르비에 의한 기득권 침해에 대해 큰 불만이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또한 미소 군축회담이나 동구의 민주화 등에서 소련이 너무 양보했다는데 대한 군부의 불만이 고조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보수주의자들은 고르비의 개혁으로 자신들의 지위에 위협을 느꼈고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경제문제는 더욱 어려워지자 소련 국민들까지 고르비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김=8인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을 보년 「신보수세력」으로 명명할수 있다. 야나예프 부통령,크류츠코프 KGB의장,푸고 내무장관 등은 지난해 28차 전당대회 이후에 등장한 세력들로서 이들 모두가 이번 비상위에 들어있다. 이것은 신보수의 동맹이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KGB와 군부의 합작품으로 봐야한다. 야조프 국방장관은 신보수세력의 지원세력일 것이다.
○평화공존 외면 어려워
▲유=지난 2년간의 흐름으로 보아 고르비의 개혁성과를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 중국식 개혁과 고르비의 혁명적 노선의 중간정도를 택할 것같다. 경제개혁도 시장경제를 채택하기보다는 사회주의 범위안에서의 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후퇴할 것이다.
외교부문에서도 신데탕트 시기의 평화공존을 완전 외면할수는 없다. 따라서 외면적으로는 고르비 노선을 따르면서 군축 등의 사안에서는 양보의 폭을 좁힐 것 같다.
▲김=소련의 존립위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현지 보도에 의하면 「극단세력에 의한 혼란」 「통제불능의 위험상태」를 예견하고 있는 데 정세가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소련에서 고르비의 개혁·개방내용이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그러나 평화 무드가 세계의 조류이기 때문에 완전히 역류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소련 지도부도 외면적으로는 고르비를 따르면서도 개방·개혁으로 인한 기득권 침해를 막으려고 할 것이다.
신보수세력은 군축으로 인한 군부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으로 본다. 경제문제에 있어서 강경보수 정책으로 회귀할수는 없고 서방국가와의 접촉을 계속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보일것이다.
○군축등 소극적일듯
유=앞으로 미소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본다. 소련이 군축문제에 소극적으로 바뀐다면 미국도 태도를 달리할 것이다.
이들은 당장에는 체제유지에 가장 역점을 둘것이어서 단기적으로 볼때는 미소관계가 서먹해 질 것이다.
▲김=새로 집권한 세력의 가장 급선무는 파탄된 경제를 해결하는 일과 페레스트로이카와 세계 전략을 연결시키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이율배반일 수가 있다. 강경으로 회귀하면 서방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제정책도 「신경제정책」 「신사회주의 정책」을 택할 것이다. 외교정책도 서방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끄는 협상전력을 구사할 것이다. 따라서 체제가 안정이 될때까지의 전환기는 오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안정에 적어도 1∼2년은 걸려야할 것이다.
이 시기가 두려운 시기이다. 이 기간에 소련의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가 우리의 관심사다.
▲유=정권이 변화하는 모습은 위·아래·옆의 압력에 의한 3가지 경우가 있다. 소련·중국은 위로부터 시작했지만 소련은 전반적인 개혁·개방이었고 중국은 부분적으로 경제개방만 해왔다. 따라서 훨씬 소련이 부담이 컸다. 천안문 사태에서 중국은 더 많은 민주화와 개혁요구를 진압할수 있었다.
따라서 북한도 중국모델을 따르려고 하고 있다. 소련도 앞으로 중국식 모델을 따르려고 할것이라 본다. 이것이 딜레마이다.
○미등 개방압력 예상
전먼적 개방도 어려움에 봉착했고 부분개방도 어려울 것이다.
미일은 소련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협력시대가 끝나고 냉전으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태진전을 예의주시 하면서 소련을 도와주고 협력하면서 개혁·개방을 유지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본다.
▲김=소련의 8인 비상위원회중 7인이 현존하는 고르비의 국가안보위원회의 10인 위원에 들어있다. 빠진 사람은 대외보좌관 프리마코프,비서실장 볼딘 등 3인밖에 없다. 이미 이들은 권력의 핵심 이었기 때문에 기존의 권력기반이 약하지 않아 쿠데타가 쉽게 성공할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련국내의 불안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KGB의장도 포함돼 있고 노조위원장·농민대표 등도 들어있어 어느정도 인민들의 지지까지 얻을수 있을리라 본다.
▲유=힘을 배경으로 한 쿠데타라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아주 크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총리회담 등에서 북한의 태도변화가 큰 관심이다.
○북한태도 변화 큰 관심
북한은 이번의 쿠데타에 쾌재를 부르리라 본다. 북한은 동구권의 몰락의 원인을 사회주의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북한의 사회주의는 「필승불패」라고 주장해왔다.
김일성이 지난달 일본의원단을 만났을때에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겠다」고 밝힌것만 보아도 소련사태를 대남정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이용하려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긴밀한 대화를 해가면서 세계 정세를 관망,확실한 태도를 채택하기 보다는 태도를 유보하려고 할것이다. 북한은 남북대화의 기존 유연자세에서 시간을 벌기위해 기본입장을 더욱 굳힐 것으로 본다.
▲김=한소관계도 이번 사태이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등장한 신보수세력은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나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와의 국료수립 문제를 사회주의의 영향력을 붕괴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해야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보편타당성」의 원칙위에서 모든 나라와 선린관계를 맺지만 과거 고르비의 전면 개방과는 다를 것이다. 신보수는 고르비의 무제한의 교류정책을 지양하고 엄격히 통제된 속에서 「관주도의 교류」를 진행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도 유리한 점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들이 소련의 어느 파트너와 접촉할 것인가에 고민 했었지만 앞으로는 창구가 단일화될 장점도 있다. 그러나 소련측의 엄격한 통제로 소련진출이 억제될 것으로 본다.
○한국진출도 억제 전망
앞으로 소련이 「신사회주의」가 된다면 자본주의 식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소련은 초강대국 파워를 내세우며 지금까지 「양자관계」를 폐기하고 한소관계를 세계 전략차원에서 재조명하려 할것이다.
한소관계에서는 사태진전을 보면서 세가지 측면서 논의해야 한다. 소련은 중진자본주의 국가와의 정책을 재정립할 것이다. 상당히 통제되고 조심스러운 방향이 될것이다. 두번째,경제협력에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정확한 관계를 중심으로 「돈놓고 돈먹기」식이 될것이다. 안보관계에서는 소련은 앞으로 아태지역에서 한반도의 급격한 현상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경협 촉진 가능성
▲유=중요한 것은 소련의 신보수세력의 관심이 무엇인가이다. 군축·경제문제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남한과의 관계에서도 더 적극적인 정책을 쓸 가능성도 있다.
신보수세력이 어려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한관계를 더욱 촉진시킬 가능성이 크나 북한과의 관계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고 본다. 소련이 북한에 기대할바가 별로없기 때문인데 북한은 이와달리 더욱 소련과 밀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소련과 북한의 급속밀착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반도의 남북관계는 북한의 소련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때까지는 당분간 지연될 것이다.<정리=남영진·황영식기자>정리=남영진·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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