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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낙관론과 신중론/김창열 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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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낙관론과 신중론/김창열 칼럼(토요세평)

입력
199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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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46주년을 맞으며,한국일보가 문화방송(MBC)과 공동 실시한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및 통일에 관한 국민의식조사」(한국일보 8·16· 1,3면)는 오늘의 한반도의 현실을 보는 국민들의 두 갈래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그 한 갈래 시각은 매우 냉철하다. 응답자 78%가 「남북 상호협상을 통한 통일」,71.4%가 「통일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등의 신중론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들 대다수(76.4%)는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그 평가는,「통일을 앞당기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48.4%,「남북교류와 협상을 어느정도 촉진시킨다」 52.6%에 머물고 있다.

반면에 이들 응답자들은 통일전망에 대해서는 대단한 낙관론을 편다.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6%가 「2∼3년내 통일」을,11.7%가 「5년내 통일」을,48.5%가 「10년내 통일」을 전망하고 있다. 20세기가 다가기전에 남북통일이 이룩되리라는 기대가 73.8%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를 종합해 보면,우리 국민들은 독일식 흡수통일이 불가능하거나,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할수가 있다. 남북의 유엔동시 가입이란 새로운 사태진전도 그 의미는 제한적인 것으로 맏아 들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통일이 임박한 것으로 인삭하는 듯이 보인다.

설문조사란 본디 그 표본의 설정과 조사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이고,그렇기 때문의 조사결과의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 조사결과에 나타난 신중론과 낙관론의 대비는 너무나 뚜렷하다. 상층한다고 할 수도 있는 이 두갈래 견해는 어디에 연유하는 것일까. 대척적일수도 있는 두갈래 견해가 함께 나타난다는 것은,혹시 오늘의 한반도 정세를 보는 우리들 시각에 어떤 혼란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한반도 정세,나아가 이 땅의 통일전망에서,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변수는 셋이다. 그 하나는 국제정세의 흐름,그 둘은 북의 변화,그 셋은 우리 남쪽의 대응이다.

이 셋중 국제정세의 흐름이 낙관론의 가장 큰 근거가 된다. 그 흐름을 타고 우리 북방외교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렸고,남북의 유엔 동시가입도 현실화 했다. 그 큰 틀속에서 독일식 통일이라는 모델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북의 변화가 필연적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북의 고립과 다급한 경제사정이 북의 개방을 촉진할 것이고,그것이 이 땅의 평화정착과 통일에 이바지할 것도 틀림이 없다. 여기에도 낙관론의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지난 몇해 국제기류의 급변을 겪고 나서 더욱 분명해진 것은 국제정세가 통일을 보너스 주듯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며,독일의 동서와 이 땅의 남북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면,독일식 통일이 최선의 길일수도 없다는 것이다. 북의 태도 역시,장기적인 변화는 필연적인 것일지 몰라도,어제 오늘에 나타난 행태는 오히려 범민족대회의 강행,체육회담의 연기 등으로 자세를 새삼 움츠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눈앞에 닥친 제4차 남북고위회담에 대한 기대마저 명암이 엇갈린다. 조사결과에 나타난 신중론에도 그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결국은 남북통일을 전망하는 낙관론과 신중론의 상충은 대국론과 현실론의 엇갈림으로 볼수가 있다. 언뜻 두갈래 견해의 동시표출이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두갈래 견해가 모두 근거있는 것이라면 ,문제는 그둘을 어떻게 정리하고 조화시키느냐에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남북통일의 세번째 변수­우리 남쪽의 대응이 된다.

이렇게 보았을때,근래 우리쪽의 움직임은 결코 마음 든든한것이 못된다. 통일의 낙관론과 신중론,대국론과 현실론을 조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한편에 치우친 듯한 도출­그것도 정부와 재야의 돌출이 드르러지기 때문이다.

그중의 하나가 이른바 범민족 대회란 것이지만 대세를 거스른 일부의 그런 움직임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정부의 느닷없는 통일방안,줄을 잇는 대북제의 구상 등이다.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 확정과 함께 쏟아지기 시작한 그런 방안과 구상 등은,정부 각부처마다 아이디어를 겨류듯 내놓고 있어서,어느 것이 정부로서 확정한 정책인지,그중의 어떤 것을 이번 제4차 남북고위회담에 내놓겠다는 것인지 조차 종잡기가 어렵다. 그런 가운데 이 제안과 구상에 공통된될것은 우리 경제력을 과신한는 「오만한 경제주의」(안동영 교수) 발상이다. 그러나 그런 방안과 구상이 과연 북의 합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우리 스스로가 그 실현을 감당할 수가 있는지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통일 비용이 3년에 1천4백억달러,10년에 3천억달러가 들것이라는 정부계산(한국일보 8·16 2면)이 그 단적이 증명이다.

아무래도 유엔동시 가입이 확정된뒤 정부의 통일문제 접근은 너무 낙관에 치우치고,또 ○시적이다. 그것이 현명치 못함은 우리 외교계의 어떤 원로가 한 말로 요약된다. 『새를들 잡으러 가는 사람이 큰 소리로 떠들면 새가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또 「새」가 날아가 버린 뒤에 맛볼 국민들의 실망도 생각함직한 것 아닐까.

한국일보와 문화방송 조사에 나타난 낙관론과 신중론은 우리 통일정책이 좀더 정리되고 조화되어야함을 말해준다. 그 길은,낙관론에 담긴 자신과 신중론에 담긴 지혜를 아무르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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