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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업자들 바가지 횡포(현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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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업자들 바가지 횡포(현장출동)

입력
199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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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볼모로 고시가 20∼30배 강요/거절땐 불효야유… “3일장 천만원”/「계약제 운영」 병원영안실 더 극심북망산 가는 길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편안하고 정중하게 모시려는 유족들의 애달픈 정을 악용해 온갖 명목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장례업자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과거 상여꾼들에게 막걸리값정도 얹어주던 인정어린 관행은 사라진지 오래고 집요하고 구조적인 갈취에 시달리는 유족들이 많다.

지난달 25일 부친상을 당한 최모씨(45·회사원·경기 부천시 심곡1동)는 『3일장을 치른 기간이 아버님 병간호를 하던 1년여보다 더길고 고통스러웠다』며 『장지에서 돌아와 화병으로 며칠을 몸져누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가 시신을 병원 중환자실에서 영안실로 옮겨 장지에 안장할때까지 지출한 총장례 비용은 7백만원. 공원묘지내 7평짜리 묘지구입비 2백만원을 포함하면 거의 1천만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최씨는 슬픔속에 갚을길 막막한 빚까지 지게됐다.

보사부가 지난 81년 정해놓은 장례비 고시가대로 하자면 관이나 수의 등 장의용품을 최고급으로 쓴다하더라도 전체 장례절차를 통틀어 1백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간교한 협박과 불효를 빗댄 야유에 못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장의업자들의 횡포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가정의례법이 존재하고 보사부와 관할구청이 감독권한을 갖고 있으나 감독공무원도 이 횡포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현재 보사부고시 장의물품 가격은 최상품관이 10만원,수의가 12만원,영안실 1일 사용료 3만원정도이나 영안실측이나 장례업자들에게 이를 들먹거렸다는 『세상물정 모른다』는 비웃음과 함께 노골적인 사보타지 등으로 장례를 제대롱 치를수 조차 없다.

최씨는 처음 이들의 웃돈 요구를 거절했다가 영안실 관리인이 『영안실자리가 없으니 딴곳으로 옮기라』고 막무가내로 밀어내는 바람에 오히려 사과를 할수밖에 없었다.

영안실 자리얻기서부터 장례용품 구입,염습,입관 등 장례 절차마다 고시가격의 10∼30배까지 터무니없는 대가를 강요당하고 병원측의 사망진단서 발급,운구,매장 또는 화장때까지 여러차례 돈을 뜯긴다.

집에서 음식을 미처 장만치 못해 병원영안실 주변 식당에 찌개 한냄비를 시키고 4만원을 준 경우도 있다.

최씨의 경우는 보통 당하는 수준이고 여유있는 유족들이 이들의 횡포를 막기위해 알아서 얹어주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다.

시신을 볼모로한 이같은 장의업자들의 횡포는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영안실을 이용할때 더 극심하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병원영안실이 직영아닌 업자들과의 계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대개 1년단위로 재계약을 하고있는 영안실업권은 서울의 유명대학병원의 경우 권리금이 5천만∼1억원을 호가한다. 업권을 따낸 영안실 관리자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장의업소나 또는 결탁한 업자를 통해 유족들로부터 최대한 돈을 우려낸다.

지난 4월 서울시경에 적발된 강남성모병원,중앙대 용산병원,순천향병원,경희의료원,연세의료원 등 종합병원 영안실업자들은 이런 수법으로 한해동안 1억원 이상씩의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밝혀졌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위사실을 적발하고도 형사처벌할 규정이 없어 업자들의 횡포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당시 경찰도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중 고시가 위반부분에 대해서만 행정처분토록 관할구청에 통보했었다.

병원직영 영안실의 한 업자는 『일부 악덕병원 영안실업자들 때문에 전체 장의사들이 욕을 먹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영안실 입찰계약제를 병원직영제로 바꾸고 10년전에 정한 보사부의 고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등 다각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유족들에 대한 횡포가 끊이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화 뒤처리에도 수십만원 요구/건달들 찾아와 행패땐 “무마비”/사망자 유치위해 경찰에 평소로비도/영구차·무덤 삽질까지 노자돈 얹어야

장의업자들에게 유족은 봉이다.

먼저 상을 치른 친구로부터 업자들의 바가지 횡포를 귀따갑게 들어온 이모씨(55·회사원)는 최근 모친상을 당했을때 미리 관,수의,상복을 별도로 준비했다가 호된 곤욕을 치렀다.

서울 A병원 영안실에 시신이 옮겨지자마자 영안실 관리인으로부터 『모든 장례절차는 우리가 지정한 장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말을 듣고 『우리가 알아서 다 준비할테니 간섭말라』고 되받았다가 하마터면 영안실에서 쫓겨날뻔했다. 『자리가 예약이 되어있으니 방을 비워달라』는 단호한 통보에 『도대체 언제 돌아가실줄 알고 영안실을 예약해두는 사람이 있느냐』고 따졌으나 막무가내였다.

이씨는 결국 『최대한 협조해 주겠다』고 타협했으나 곧이어 연락을 받고온 장의업자가 장례용품 준비사실을 알고는 골치를 썩이기 시작했다. 노기등등한 장의업자가 무서워 염습비를 20만원이나 주었는데도 한없이 시간을 끌며 『자식 잘못둔 당신이 안됐다』고 들으라는듯 함부로 지껄이는 것을 보고는 결국 「노자」 30만원을 얹어주고 말았다.

이씨는 또 관을 사지않는 대신 제단이나 비싼것으로 차리라는 「강요」에 10만원짜리 제단을 차리고 4개짜리 밥상 1세트를 빌리는데 하루 5만원씩 3일 동안 15만원을 지불했다.

장례용품을 미리 준비한 죄로 이정도까지는 참고 넘기려던 이씨는 『조문객용 천막을 쳐주고 발인후 조화를 치워주겠다』며 30만원을 달라고 행패를 부리는 술취한 40대 남자 3명이 장의업자가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분통이 터졌다. 이씨가 거부하자 영안실 관리인과 장의업자는 당장 『조화가 다른 유족들 통행에 장해가 된다』며 하루에도 몇번씩 조화를 옮기게하고 밖으로 내다놓는 등 투정을 부려 하는 수 없이 조화치워주는 명목으로 20만원을 주었다.

이밖에도 장례 이틀째 밤에는 험악한 20대 청년 5∼6명이 나타나 다짜고짜 조문객 사이에 비집고 앉아 술을 퍼마시거나 시비를 거는 바람에 겁이나 이들에게도 20만원을 쥐어주었다. 이씨는 『이들이 업자와 결탁한 사인인지는 알수없으나 최소한 묵인해주는 관계인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시달림은 영안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영안실지정 영구차가 도착하자마자 운구인들이 『정성이 모자라면 관이 흔들려 고인이 편치못하다』고 협박,함부로 관을 들어올리려는데 놀라 운구비 20만원을 노자 10만원을 또 얹었다.

지난 5일 발인,경남 밀양 선산으로 부친을 운구한 박모씨(35·상업)는 영구차 운전사가 대전 못미친 고속도로상에 차를 세운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고인을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냉방비」를 더달라』고 요구,10만원을 주었으나 탐탁해 하지않던 운전사는 끝내 추풍령에서 『차가 고장났다』며 주저앉았다. 실랑이를 하던 박씨는 결국 20만원을 더주고 달래서야 간신히 이날 밤 장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안실 횡포는 작은병원일수록 더 심하다. 대학병원같은 곳은 자체병원 사망환자가 많지만 일반병·의원 영안실은 사망자를 유치하기 위해 큰병원이나 경찰에 정기적으로 상납까지 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용이 유족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말할것도 없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의 한 경찰은 『관할 영세영안실은 교통사고 등 변사자를 유치하기 위해 평소에 「로비」를 한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서울 강서구 B병원 영안실에서 장례를 치른 지철종씨(45·상업)는 외부 장의사보다 5배 가량 비싼 장례비용에 항의했다가 『우리기 이병원 영안실업권을 따내기 위해 지불한 권리금과 운영비가 얼마인데 고시가격을 운운하느냐』는 면박을 받았다.

장지나 화장장에 도착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서울근교 공원묘지에 도착한 김모씨(55·공무원)는 땅을 파고 기다리던 인부 6명이 『자식이 이렇게 인색할 수 있느냐』고 악담을 해대는 바람에 노자 20만원외에 삽질 한번마다 1만원씩 얹어주고야 간신히 하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김씨를 분노케한것은 줄곧 뜯겨온 돈보다 장의사의 「추천」으로 1백만원이나 주고산 관이 흙을 덮어 다질때 금가는 소리가 날 정도로 불량품이었다는 것이다.

화장장의 횡포는 한술 더뜬다.

지난 10일 하오1시께 경기 고양군 벽제화장장에 도착한 심석진씨(48·사업)는 접수직원이 『종교가 있느냐』고 물어 무심코 『없다』고 대답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말이 떨어지기기 무섭게 승복차림의 50대 남자가 나서 『극락왕생하도록 도와주겠다』며 염불을 자청했다. 『으레 그러려니』했던 심씨는 염불을 그칠줄 모르는 이 남자앞에 계속 1만원권을 얹어야했고 간간이 실눈을 뜨며 액수를 가늠해 보던 이 남자는 30만원이 넘을만큼 돈이 쌓인뒤에야 염불을 멈추고 관을 놓아주었다.

화장이 끝나고 분골이 시작되면서 심씨의 노자지불액은 더 올라갔다. 관례대로 친척들이 1만원씩을 내놓자 종업원들은 굳이 맏상주를 불렀고 심씨가 5만원을 마지막으로 얹어주고 나서야 손놀림이 빨라졌다.

심씨는 장례비용이 모두 얼마들었느냐는 질문에 『정신이 없어 정확한 계산은 못했지만 최소한 7백만원 이상은 들었다』며 『이중 절반 이상이 노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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