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카터등 관련설/“메이저는 위법묵인”도/사실 판명땐 커다란 소용돌이 가능성불법 금융거래로 도산한 아랍계 국제 상업신용은행(BCCI)의 파문이 전세계 금융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관련국들은 20세기 최대의 이국제적 금융부정 사건의 전모가 규명되는것 못지않게 파문이 언제 어느선에서 진정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생리상 신용을 전제로 하는 국제금융계의 교란은 물론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정가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사건이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지난달 2일 미·영·불 등 서방금융 당국자들이 런던 잉글랜드 은행에서 비밀 회동을 갖고 BCCI가 가공의 구좌설치·장부분식 등 각종 회계상의 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영업정지 및 자산동결 조치에 합의한 뒤부터 였다.
그러나 40여일이 지난 현재 각국의 언론보도와 수사기관의 사실규명에 따르면 처음엔 단순한 금융사기극으로만 알려졌던 이 사건이 국제적인 범죄 조직들의 돈줄 역할을 해온 것으로 판명됐다.
BCCI는 미파아 조직과 같은 비밀조직망을 통해 ▲마약자금의 세탁 ▲테러조직의 자금운용 ▲제3세계를 불법 무기거래 등에 관여해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지난달 이 은행이 리비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에 비밀 현금거래망을 통해 핵무기 개발자금을 무리하게 공여해줬기 때문에 파선에 이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BCCI는 세계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뇌물공여도 해온 것으로 밝혀졌는데 「평화주의자」를 자처해온 지미·카터 전 미대통령도 이 대상에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BCCI는 지난 88년까지 주주에게 현금배당과 전혀 없었으면서도 카터대통령이 제3세계 농민지원을 위해 만든 「글로벌 2000 프로젝트」에는 2천6백만 파운드를 지원해왔다는 것.
이외에도 캘러헌 전 영국총리,후세인 이라크대통령,오르테가 전 니카라과 대통령을 비롯해 파나마의 노리에가,테러리스트 아부·니달 등 관련자는 이루 헤아릴수 없을 정도.
이에 대해 영국의 닐·키녹 노동당 당수는 지난달 20일 BCCI가 테러리스트 아부·니달과 수천달러를 거래 해왔으며 존·메이저 총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함으로써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영국 정가는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국방장관을 지냈던 클라크·클리포드 미 「퍼스트 아메리칸 은행」 회장이 지난 13일 BCCI와의 관련설에 책임을 지고 사임함으로써 미 정가도 BCCI스탠들에 말려들었다.
BCCI는 그동안 워싱턴의 최대 은행인 퍼스트 아메리칸은행을 비밀리에 조종해 왔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 됐었다.
잭·볼럼 전 미상원의원은 자신이 지난 88년 연방당국에 BCCI에 관한 정부제공을 요청했었으나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연방당국의 사건처리 내막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더욱 놀랄일은 BCCI의 불법행위를 미중앙정보국(CIA)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CIA는 지난 85년 「퍼스트 아메리칸 은행」이 BCCI에 매수된 사실을 통지 했었으며 86년엔 BCCI의 위법행위에 대한 정보가 전 세계적으로 나돌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시사 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29일자에서 BCCI가 CIA 등 세계 주요국 정보기관 및 게릴라 단체와 관련을 갖고 「세계 최대범죄 기업」으로 활동한 「흑막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CIA는 아프가니스탄 반군지원과 86년 미국과 이란의 무기밀매 등을 중개하면서 BCCI계좌를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BCCI는 또 자체적으로 확보한 1천5백명의 특수요원을 두고 「검은 네트워크」라는 비밀지하 조직망을 통해 마피아의 행동대원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타임지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 72년 파키스탄의 부호인 아가·하산·하메디가 설립한 총자산 2백억달러 규모의 이 국제은행의 도산과 이에따른 각국의 자산동결 조치로 현재 69개국에서 1백20만의 예금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인들의 은행임을 자임해온 BCCI의 주고객층이었던 아시아계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BCCI 스탠들은 워낙 대규모의 국제적 사건이어서 각국의 이해가 얽힌데다가 「검은돈」의 생리상 비밀거래의 추적이 용이치 않으며 사태수습에 책임을 질 중앙은행이 없다는 점에서 쉽사리 그 전모가 밝혀지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밝혀진 사실을 「빙산의 일각」일뿐이며 사건은 영원히 풀리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을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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