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외 중국·홍콩서도 동조제소/태평양전쟁 유족등 5건 청구/전범 출신도 준비·체임 요구도/일인일부 동조 “국가간 협정으로 개인피해 상쇄안돼”오는 15일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항복한지 46주년,그리고 오는 12월은 전쟁발발 50주년이다. 전쟁반세기를 계기로 요즈음 한국의 피해자 단체들은 일본정부 및 관련기업을 상대로 강력한 배상청구소송을 내고 있다.
최대의 피해국인 중국도 민간부문의 전쟁 피해보상으로 1천8백억달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준엄한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한 가이후(해부준수) 일본총리는 중일전쟁당시 일본의 행위에 대한 사과를 공식표명했다. 일본의 지식인 또한 『사과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야 한다』면서 진정한 전후처리의 완결을 촉구하고 나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전후 책임을 추궁하는 보상청구운동의 실상과 일본의 보상현황 등을 다른 전쟁 당사국과 비교분석했다.<편집자주>편집자주>
요즈음 동경지방 민사재판소와 법무성·노동성 등 중앙관청가에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1941년 12월 일본이 도발한 태평양전쟁으로 이른바 「황국신민」의 일원이 되어 전쟁터에 끌려갔던 피해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일본 국내곳곳의 탄광이나 군수물자공장에 강제연행당했던 사람들,히로시마(광도)와 나가사키(장기)에서 강제노역중 원폭피해를 당한 사람들,사할린에 끌려가 반세기동안 가족과 생이별상태로 살고있는 사람들,일본인을 대신해 연합국포로 감시업무에 종사하다 B·C급 전범으로 몰려 복역한 사람들 등등.
일일이 열거할수 없는 갖가지 전쟁피해자들이 억울한 죽음과 부상과 떼인 임금을 보상하라고 정식으로 청구소송이나 지불요청을 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일본정부를 상대로한 한국인 피해자들의 소송은 사할린 억류자들과 국내의 가족들이 사할린 억류자들을 한국으로 원상복귀시켜야할 책임을 물은 이른바 「사할린 재판」뿐이었다. 10여년을 더 끌던 이 재판은 원고들의 잇단 사망으로 재판을 더 진행할 「실익」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의 소송러시는 다르다.
일본의 전쟁수행정책에 의해 전선과 산업현장에 끌려갔던 피해당사자들이 그로 인한 죽음과 부상과 미불임금을 보상하라는 것이라서 국제법상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끌지않을수 없다. 더구나 중국 홍콩 등 다른 나라 피해자단체들도 한국인들과 발맞출 추세인 것이다.
현재 일본의 법정에 계류중인 한국측의 보상청구소송은 5건. 중소 이산가족회가 「인도에 반하는 죄」라고 해서 사할린에 강제연행된 21명에게 1인당 1천만엔씩의 보상을 요구한 사건이 제일 먼저 제기됐다.
두번째는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가 전쟁때 강제로 전선에 징집당했던 군인과 군속의 유족들에게 공식사죄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라는 소송.
세번째는 마셜군도에 징병당해 나갔다가 부상당한 재일동포 석성기씨(68)가 장애연금과 보상금조로 1억4천만엔을 청구했으며,같은처지의 정상근씨(70)가 일본의 전상자 원호법적용과 위자료 1천만엔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난 7월15일에는 3·1운동 직후의 제암리 학살사건 유족 7명이 손해배상,사죄광고게재,희생자유령비건립 등 3가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C급 전범출신자 단체인 동진회 회원들도 12일 일본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로 결정,현재 일본인 지원단체회원 및 자원변호사들과 소장을 작성중이다.
한편 히로시마 원폭투하 당시 미쓰비시(삼릉) 중공업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부상당한 한국 원폭피해징용자 동지회는 최근 미쓰비시 본사와 법무성·노동성 등을 방문,당시에 받지못한 임금지불과 원폭피해 보상으로 23억달러를 요구했다.
또 재일한국인 거류민단(민단)은 금년초 활동의 당면과제 제4항을 「전후보상관철」로 설정,조사·연구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의 양심있는 학자,변호사,작가 등 지식인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적극 찬동,심포지엄·토론회같은 행사를 자주 열고 있으며,일본정부에 전후처리의 완결을 요구하는 청원서도 제출하고 있다. 뜻있는 시민들은 한국인 피해단체들의 소송과 보상청구운동을 돕기위해 지원단체를 만들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3,4일 동경 지요다(천대전)구 공회당에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전후보상 국제포럼」이라는 긴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사할린 억류자들의 보상청구운동 뒷바라지를 계기로 한국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인권변호사 다카기·겐이치씨(고목건일·47)가 중심이 돼 마련한 이 행사에 한국의 피해자단체 회원 1백50여명이 소복차림으로 참석,반세기동안 가슴속에 품어온 한을 토로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홍콩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들이 인본의 무책임한 전후처리 태도를 규탄한 이 행사는 일본 매스컴에도 크게 보도됐었다.
같은날 동경 간다(신전)의 학사회관에서는 「일본의 침략책임을 묻는 일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 한국의 관계학자 7명과 일본학자 11명이 일본의 전후처리 문제점을 제기한뒤 해결방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일본의 학자 작가 예술인 종교인 등 33명은 지난 7월24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올바른 사과와 책임청산을 요구하는 제언서를 외무성에 제출했다.
이들은 제언서를 제출한 뒤 한국기자들과 만나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서 개인이 입은 피해는 국가간의 협정이나 조약으로 상쇄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국회결의같은 공식사과와 함께 민간피해보상운동을 계속해 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전후책임을 확실히 하게하는 회」라는 민간단체는 지난 6일 후생성과 노동성을 찾아가 한국출신 군인·군속 및 징용자의 생사확인을 요청한뒤 히비야(일비곡) 공원에 모여 데모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다음날에도 법무성을 방문,한국인 징용자들의 미불임금으로 공탁된 기업의 공탁금을 당사자들에게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일본의 한국침략을 사죄하는 광고료를 모금중인 「진사와 손해배상 의견광고를 내는 구주·산구의 회」는 지난 11일 기타규슈(북구주)시 오쿠라(소창) 공민관에서 「왜 이제 공식사과를 해야하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가졌다.
이밖에 「한국·조선인 B·C급 전범을 돕는 회」 「재일의 전후보상을 요구하는 회」 등 한국인 피해단체의 보상·배상청구운동을 지원하는 일본인 시민단체들이 요즈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일(8월6일·9일)을 전후해 전쟁의 책임에는 눈감고 결과(원폭피해)만을 강조하려는 일본정부와 일반국민들의 생각을 바로 잡자는 시민운동은 전쟁발발 50주년인 올해 비로소 내외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고 있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