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터기 중지대낮할증 수법도/실랑이땐 엉뚱한곳 내려주기도/관광공사 불편신고 30%나 차지『한국사람들은 왜 택시이용 거부시위를 않나요』,『정상요금의 10배까지 요구하는 것은 마피아나 하는 소행입니다』
한국에 왔다가 귀국하는 외국인들로부터 관광불편 신고를 접수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에는 한국 체재중에 당한 피해를 신고하면서 택시횡포 하나쯤 해결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답답해 하는 외국인들의 엽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바가지택시를 방치하면 귀국의 이미지를 손상하게 되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불공정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외국인들은 『택시횡포 때문에 다시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려오고 있다.
시민생활에 큰 불편과 피해를 주는 우리사회의 만년 고질중 하나인 택시운전사들의 횡포는 전국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하고 파급영향이 큰 곳은 김포공항이다.
9일 밤10시30분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앞. 좌석버스 등 일반 교통수단이 끊어진채 비행기에서 내린 외국인들이 차편을 잡지못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들을 노리고 있던 택시운전사들은 행선지를 묻고는 열심히 흥정을 벌였다. 『워커힐 5만원』 『프라자호텔 3만원』
액수가 터무니없이 높아 50대 외국인이 어깨를 추키며 거부하자 한 택시운전사는 『어디 한번 잘 가봐 양키들아』하고 내뱉었다.
흥정을 하던 외국인 5∼6명은 다시 공항청사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모범 택시운전사인듯한 사람이 택시승차장에서 땀을 흘리며 택시를 순서대로 정리하고 경찰관 3명이 탈법영업을 단속키위해 나와 있었으나 아무효과도 없었다.
미국인 콜린씨(24)는 『이곳에 오기전에 택시횡포가 심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숙소까지 갈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입국한뒤 맨처음 접하는 한국인이 택시운전사인 경우가 많은 외국인들에게 최고 10배까지의 요금을 강요하는 공항의 택시운전사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서울의 택시사정은 세계최악』,『김포공항에선 안테나 달린 택시(중형택시)는 타지말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는 실정이다.
택시운전사들은 미리 몇배의 요금을 정해 태우거나 일단 출발한후 요금계산기의 작동을 중단시킨채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는 방법을 쓰고있다.
실랑이가 벌어질 경우 운전사들은 심한 욕설과 함께 폭력을 가할것처럼 위협하고 그래도 안되면 엉뚱한 장소에서 내리게 해 골탕을 먹인다. 또 대낮에도 할증요금으로 계산하거나 일부러 먼길을 도는 방법도 쓰고있다.
사업차 매년 6번정도 한국에 오는 미국여성 베이어씨는 지난달초에도 바가지횡포를 당하자 참을수 없어 관광공사에 엽서로 신고를 했다. 베이어씨에 의하면 운전사는 요금계산기를 작동시키지 않은채 출발하더니 정상요금이면 7천1백원인 힐튼호텔까지 1만5천원을 요구했다.
손짓 발짓을 다해 항의하자 운전사는 큰길에서 벗어나 골목길로 차를 몰고가 『1만5천원을 주든지 내리든지 하라』고 윽박질러 요구대로 돈을 줄수밖에 없었다.
관광공사에 의하면 89년부터 91년 7월말까지 접수된 외국인 관광불편 신고중 택시횡포 건수는 1천2백여건. 총 신고건수의 30%로 가장 비율이 높다.
그러나 이 수치는 피해를 당한 외국인중 소수만이 신고한 것이어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고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 공사측의 설명이다.
◎가족·짐많은 내국인도 “먹이”/러시아워땐 자가용차까지 극성/단속경관을 되레 협박 “무법천지”/적발 되더라도 주의·경고가 고작
김포공항의 택시운전사들은 외국인들만 봉으로 아는게 아니다. 한국인이 동행을 하더라도 바가지를 씌우기는 마찬가지이다. 밤늦게 가족과 짐이 많아 쩔쩔매는 내국인들도 이들에게는 좋은 먹이이다.
유학중 함께 공부했던 프랑스인 남자친구가 관광차 내한해 마중나갔던 이모씨(28·여·대학강사)는 과도한 요금을 거부했다가 심한 모욕을 당했다.
이씨가 친구의 숙소인 워커힐호텔까지 4만원을 달라는 운전사의 말에 어이가 없어 『외국인도 있는데 이러면 어떡하느냐』고 따지자 운전사는 『외국놈에게 붙어먹는 처지는 비슷한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렸다.
이씨가 더욱 속이 상했던 것은 요금실랑이를 지켜보던 남자친구가 『택시요금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더니 『너희나라는 참좋은 나라』라고 비꼬았기 때문이었다.
해외출장이 잦은 김모씨(30·회사원)는 공항택시에 대해서라면 심한 적개감을 갖고있다.
외국을 다녀올때마다 공항택시에 당했기 때문이다.
첫 해외출장을 마치고 유럽에서 돌아올때 김씨는 가족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어 대기하고 있던 중형택시를 탔다. 공항인근인 경기 부천시 원종동에 사는 김씨는 시외지역이라는 점을 감안,웃돈을 더 줄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운전사가 뜻밖에 1만5천원을 요구해 아연실색했다.
오랜 여행으로 몹시 피곤했고 짐도 많았던 김씨는 결국 요구대로 돈을 주었지만 1천5백원 거리에 1만5천원을 주었으니 10배의 바가지를 쓴 셈이었다.
두번째 출장때는 더 심하게 당했다. 비행기가 연착해 밤10시께 어렵게 택시를 잡은 김씨는 『얼마나 달라고 할까』하는 생각에서 조마조마한 기분이었다. 아무말도 없이 차를 출발시킨 운전사는 부천시내의 한적한 길을 지날때 『생각 좀 해달라』며 2만원을 요구했다.
김씨가 『내국인한테 이러면 외국인들에게는 얼마를 받느냐』 『한심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하자 운전사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싫으면 내리라』고 차를 세워버렸다.
차에서 내린 김씨가 5천원을 주었을 때 운전사는 『잔돈이 없다』며 아예 거스름돈도 주지않고 내빼버렸다.
차량통행이 뜸하고 짐도 많아 1시간 가까이 택시를 기다렸던 김씨는 결국 포기하고 집에까지 걸어가야 했다. 다음날 관계당국에 이 사실을 신고했으나 『별 대책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택시횡포가 가장 심한 시간대는 비행기가 한꺼번에 도착하는 하오5∼9시. 이 시간대에는 택시외에 렌터카·자가용 영업차까지 가세,경쟁을 벌이며 마구잡이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어 이용객들에게 골탕을 먹인다.
미국유학중 2년만에 일시귀국한 박모씨(27)는 마중나온 친척 3명과 함께 귀가하고 싶어 방법을 찾다가 호객행위를 하는 봉고차를 이용하게 됐다.
박씨는 5만원에 신림동까지 가기로 했으나 차를 타고 가는동안 운전사와 동료인 듯한 조수가 칼자국이난 팔뚝을 내보이며 『빵(교도소)이 편하다』는 등의 대화를 들으라는듯 큰소리로 말해 불안과 불쾌감을 느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들은 약속과 달리 10만원을 요구했다. 박씨가 항의하자 『5만원은 기본 요금이고 네사람에 짐이 많으니 더 받아야겠다』고 눈을 부라렸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박씨의 친척이 말리며 돈을 지불했다.
김포공항을 영업장소로 삼는 택시운전사들은 국제선 비행기가 많이 도착하는 하오5시가 되기까지 아예 다른 손님들은 태우려 하지않고 한적한 길가나 여관방에서 도박판을 벌이며 죽치는게 보통이다.
사납금은 좋은봉(외국인)만 만나면 쉽게 해결되기 때문에 구태여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공항의 택시횡포에 대한 처벌규정은 대단히 미미하며 관계당국의 규제정책도 전무한 상태여서 이들은 마음껏 활개를 치고 있다.
단속된다 하더라도 주의,경고 등으로 가볍게 처벌받으며 중징계를 받아봤자 10만∼15만원의 과징금만 물면 그만이다.
공항의 택시승차대에서 단속하는 3∼4명의 경찰관들은 질서유지만 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그래서 운전사들은 집단으로 위세를 보이며 단속경관을 협박하기도 한다.
80년부터 시행됐던 공항택시제도가 88년 12월이후 유야무야되면서 택시횡포는 더 심해졌으나 서울시 등 당국은 방관만 하고있다.
택시횡포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는 먹칠당하고 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보낸 엽서를 보면 이들이 횡포운전사들 때문에 우리의 국민성까지 잘못 인식하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에 다녀간 한 미국인은 엽서에서 『택시횡포로 한국은 많은 외국인 사업가와 관광객을 잃게 될것』이라고 경고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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