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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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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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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환 경찰청장께­.4·19 얼마뒤 한국일보는 창간 6주년을 맞았습니다. 창간기념일(60·6·9) 아침 1면에 실린 제2사설은 『민주적 경찰의 강화는 시급하다』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부제는 『학사순경 채용에 붙여서­』라고 했습니다. 4·19 와중에 무너진 경찰을 재건하기 위해 처음으로 모집한 「학사순경」들의 입교를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당시 여론이 경찰민주화를 얼마나 열망했던지와,그 과업을 담당할 「학사순경」을 얼마나 촉망했던지를 알만 합니다.

30년을 지나서,그때의 「학사순경」(임관은 경사) 4백40명중의 한사람이 우리 경찰사의 새 장을 기록할 경찰청 초대청장으로 뽑힌 것은,그래서 퍽 상징적이기도 합니다. 청장자신 그런 감회가 없지 않을 것이고,그래서 다짐하는 바도 남다를 줄로 압니다.

흔히들 우리 경찰사를 영욕으로 점철되었다고 합니다만,지내놓고 생각하면,거기에는 어떤 되풀이­법칙성 같은것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전환기 때마다 경찰은 곤욕을 치른다는 것,사회가 혼란스러우면 경찰내부도 혼란스럽다는 것,그럴 때마다 경찰과 정치권은 물론 온국민이 경찰중립화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청장이 「학사순경」으로 경찰에 몸을 담던 무렵인 4·19직후와,청장이 치안본부 차장과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하던 87∼89년의 혼란기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4·19가 일어난 뒤의 경찰은 경무관 18명,총경 1백15명 등 경찰관 4천5백20명이 발포·선거부정 등으로 무더기 면직당할 만큼 큰 수치를 당했습니다. 관련자의 규모는 이보다 작습니다만,87년 박종철군 치사사건·권인숙양 성고문사건 등의 오점은 지울길 없는 수치로 남아있습니다.

청장이 「학사순경」으로 입교한직후 어떤 국회의원의 손찌검이 발단이 되어 경찰관 데모사건(60·6·21)이 일어났습니다. 그 사흘뒤 「학사순경」들도 수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일이 80년대후반에도 나타납니다. 88년 1월에 있은 경찰대학생과 졸업생들의 경찰중립화 요구성명,이듬해 2월에 있은 충주경찰학교생 8백명의 교외데모사건,그해 4월에 있은,역시 국회의원의 손찌검으로 일어난 경찰관들의 무더기 사표소동이 그런 것들입니다.

이런 되풀이를,경찰의 정치오염으로 인한 악순환이라고 한다면,그 악순환을 끊는 방도가 경찰중립화에 있을 것은 뻔합니다. 그래서 역사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경찰중립화가 한 목소리로 터져 나오는것 아니겠습니까. 잠시 돌아보아도 경찰중립화를 위한 노력은 ①55년 자유당정부가 마련했던 경찰법안 ②56년 자유당의 경찰독립안 ③4·19뒤에 나왔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2공헌법의 경찰중립화 규정 ④72년 신민당의 경찰조직법안 ⑤10·26이후의 헌법시안 ⑥85년 경찰이 스스로 마련했다 폐기한 『2천년대를 향한 경찰발전 방향』,그리고 6공들어 마련했던 정부와 야3당의 경찰법안 등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 경찰사에 나타난 영욕의 되풀이는 결국 이 많은 구상과 노력들이 표방이나 구호로 그친데 연유하는 것입니다.

이제,곡절이야 어떠했든,경찰법이 새로 제정되고,경찰위원회와 경찰청이 발족됐으니,일단은 그런 되풀이를 단절할 계기는 마련이 되었다고 할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새제도가 경찰중립화를 보장하기에 충분한가에는 많은 사람이 회의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짐작컨대,이번 경찰체제는,청장이 「학사순경」으로서 생각했던 것은 물론,경찰간부로서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도 미흡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청장이 취임하면서 밝힌 여러가지 구상중 「2천년대 경찰발전기획단」을 발족시키겠다고 한 대목의 함축을 생각하게 됩니다. 또 흔한 표현 같습니다만 「운영의 묘」란 말을 상기하기도 합니다. 미흡하나마 경찰중립화의 계기는 생겼으니,그 계기를 십분 활용하고,다음 단계의 발전을 기약해야 하리란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몇가지를 지적합니다.

첫째 「2천년대 기획단」을 통하여 경찰중립화를 강화할 경찰법의 개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주안점은 경찰위원회의 위상을,대통령직속 또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높이는데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찰과 내무부­바꿔말하면 경찰과 선거를 절연할 수가 있습니다.

다음은 현행법 운영에서도 경찰위원회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경찰의 위상을 높이는 길입니다.

셋째는 경찰중립화란 곧 경찰인사의 중립화란 점입니다. 청장이 당장 할 일은 합리적인 인사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인사기준을 경찰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엄정하게 시행한다면,TK운운의 인사시비를 잠재울 수가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가장 요긴하고,가장 어려운 과제를 덧붙이겠습니다. 그것은 경찰의 정치정보입니다. 범죄 정보나 경비·대공정보기능은 강화하되,정치정보기능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의 줄곧 정보분야를 걸어온 청장이라,이 말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도 누구보다 잘알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정치정보에 매달리는 동안 경찰중립화는 겉모양에 불과할 것도 틀림이 없습니다. 초대 경찰청장으로서,정보전문가로서,판단과 결심이 있어야 합니다.

모처럼 경찰이 경사를 맞은 마당에 주문만 늘어 놓은 듯해서 미안합니다만,30년전 그 혼란기­경찰의 명예와 위상이 땅에 떨어졌을 무렵에,대학을 갓나온 학사로서 「순경」을 지망했던 청장의 「초심」이 남달랐으리라 믿어 고언을 드리는 것입니다. 부디 이번 경찰청의 발족과 「학사순경」의 초대청장 취임이,악순환 없는 경찰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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