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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들 돈 너무 뜯긴다/유흥업소·학원·병원에 교회까지(현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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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들 돈 너무 뜯긴다/유흥업소·학원·병원에 교회까지(현장출동)

입력
199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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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횡포… 정기상납·무마비등 갖가지/1회 최소 10만원… 안주면 “바보”/비현실 단속법규가 「갈취 근거」뇌물을 주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가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회에 뿌리를 내린 뇌물의 먹이사슬에서 1차적 먹이대상인 각종 업소의 업주들은 폭력조직에 금품을 갈취당하는 것 못지않게 관의 위세를 앞세운 공무원들에게 돈을 뜯기며 시달리고 있다.

관내의 각 기관에 대한 정기상납외에 소방·위생 등 각종 점검·단속과 세무신고에 대비한 무마비,문제가 발생한 경우 주어야하는 해결비,명절과 휴가철의 떡값이나 휴가비 등 업주들이 상납해야 할 명목은 수도없이 많다.

각종 법규를 위반한 경우나 불법업소일수록 상납의 규모는 커지게 마련이며 동일기관이라도 인사를 닦아야 할 곳이 여러 부서이다. 한 부서에서도 여러명에게 고루 돈을 건네야만 탈없이 영업을 할 수가 있다.

예를들어 경찰의 경우 관할 파출소는 반드시 챙겨주어야 하며 방범과(전 보안과)외에 형사과 정보과를 거르면 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납금을 강요당하는 곳은 유흥업소뿐만 아니라 학원 극장 독서실 병원,심지어는 교회에 이르기까지 구별이 없을 정도이며 물이 좋은곳에는 하루에 5차례나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에서 고급 룸살롱을 하는 이모씨(35)는 심야비밀영업을 하는 조건으로 월 2백만원씩 연간 2천4백만원 이상을 경찰에 바치고 있는데 세무서 소방서 보건소 등의 공무원들도 수시로 찾아와 손을 내밀고 있다.

돈을 받는 방법도 갈수록 음성화되고 다양해져 아무관계도 없는 사람의 청첩장,부고장을 돌려 「부조」 현금을 챙기는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추적당하기 쉬운 수표보다 현금을 받으려 하는 공무원들은 내기 골프나 고스톱,포커를 하면서 함께 즐기고 비위를 맞춰주며 돈을 잃어주는 업주들을 특별히 애호한다.

공무원이 한번 방문할 경우의 「출장료」는 최소 10만원. 업주들은 하도 많은 공무원들이 찾아와 「이들이 과연 진짜일까」하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뒤가 두려워 돈봉투를 찔러주곤 하는 실정이다.

상납공세에 시달리다 문을 닫아버린 업주들도 많고 나가는 돈이 버는 돈만큼이나 돼 폐업하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불법영업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각종 단속법규가 상납을 필수 요건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유흥업소에 목재를 못쓰게하고 불연재를 쓰도록한 소방법 규정은 현실을 무시한 「돈뜯는 근거규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탈법을 하지않고 양심적으로 업소를 경영하려 하는 사람들도 끝내는 상납요구에 굴복해야 할 만큼 뇌물관행은 구조적인 문제가 돼버렸다.

상납금을 벌기 위해서라도 업주들은 새로운 탈법·불법을 저지르게 되고 돈을 받은 공무원들은 그 돈을 다시 상납해 「더 물좋은 자리」로 옮기는 로비를 하곤 한다.

결국 이 사회에서는 적당히 돈을 쓰고 뿌릴줄 모르는 사람만 바보가 되고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뇌물과 상납의 관행은 이렇게 우리 사회를 좀먹고 나라를 망쳐가는 것이다.

연세대 송복 교수(사회학)는 상납금 문제가 자유당때부터 계속돼온 것이라고 지적하고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국민의 도덕적 반성,단속공무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지킬수 있는 법규를 만들어 위반업소를 줄이는 일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내업소는 내몫” 풍조 만연/폭력사건등 연루땐 “해결비”/돈 뜯은후 다른 경관시켜 또 트집/교회부근선 “주차위반 딱지” 수법/불법 업주들도 “울며 겨자먹기”/5개월새 400만원 뜯긴 업주 문닫아

서울 종로에서 가라오케업소를 운영해온 김모씨(30)는 단속경관의 횡포에 시달리다 못해 최근 문을 닫아버렸다. 유흥접객부 고용,밀실설치 등으로 적발돼 구청으로부터 20일간의 영업정지를 당한뒤 영업을 재개했던 김씨는 단속나온 Y형사에게 똑같은 사유로 적발되자 30만원을 집어주었다.

Y형사는 돈을 챙기더니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자신의 삐삐번호를 알려주었다. 김씨는 그뒤 다른 형사들이 들이닥칠 때마다 Y형사의 이름을 대거나 Y형사에게 연락했고 Y형사는 수고의 대가로 한번에 정액 30만원씩 5개월동안 4백여만원을 뜯어갔다.

그러나 알고보니 다른 형사들이 단속을 나온것은 Y형사가 시킨 짓이었다. 김씨는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고 관계기관에 보내려고 탄원서까지 썼지만 자신의 떳떳하지 못하고 나중에 이로울것도 없다는 생각에서 찢어버리고 말았다.

김씨는 그뒤에도 수시로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업소에서 고스톱을 치거나 여종업원을 희롱하는 Y형사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문을 닫았다.

서울 도봉구 미아동의 A안마시술소 주인 박모씨(45)는 최근 관내 공무원들에게 주어오던 정기상납금 액수를 줄였다가 봉변을 당했다. 월 2백만원 가량을 갈라주던 박씨가 장사가 안돼 돈을 적게 주자 낯익은 구청직원들이 찾아와 『단속반에 적발되면 당신은 고발당하고 구속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갔다.

뒤이어 형사 2명이 『조사할 것이 있다』며 연행하려 했을 때 이유를 알게된 박씨는 즉석에서 집히는 대로 현금을 집어주고 위기를 모면했다. 그 뒤부터 박씨는 정기상납금을 도로 올리고 수시로 찾아오는 공무원들을 섭섭지않게 대접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10평정도의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오모씨(27·여)는 『경찰관과 구청직원들이 매달 4∼회씩 번갈아 찾아와 한번에 10만∼20만원씩 받아간다』고 말하고 있다. 술값문제로 손님과 시비가 생겨 신고하면 경찰이 술값을 받아 주지만 술값의 2배에 가까운 출장료를 요구해 될 수 있으면 신고도 하지않고 있다.

오씨는 『이 빌딩에만 카페,룸살롱이 20여개 모여 있으니 공무원들이 얼마나 뜯어가는지 상상해 보라』고 분개하면서 『공무원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해 장사를 그만두려 한다』고 말했다.

윤락업소가 밀집된 마장동 사창가의 업소들은 매달 20만∼50만원의 상납금을 경찰,보건소 등에 바치고 있다. 단속이 있거나 폭력·폭행사건에 연루되면 해결비를 별도로 주어야 한다. 공무원들은 때때로 공짜 술을 마시고 공짜 윤락까지 즐기고 간다.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비밀요정을 하는 박모씨(26·여)는 매달 1백여만원을 경찰에 뜯기고 있다. 손님인 것처럼 찾아왔던 사복경관 3명이 『우리만 알고있다』는 암시를 주며 한달에 3∼4번정도 찾아와 수금해가는데 일본인·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불법영업하는 박씨로서는 울며 겨자먹기이다.

아무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돈을 주어야한다. 그 이유에 대해 압구정동 K카페 주인 이모씨(33·여)는 『돈을 주지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걸려 행정처분을 받게된다』며 『먼저 손을 내밀어 연고권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돈을 주지않으면 소방서에서는 소방시설 미비,보건소에서는 위생불량·조명도 위반 등을 트집잡고 경찰은 미성년자를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손님들을 다 쫓아버린다는 것이다.

유흥업소만 돈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내 1만여곳의 각종 학원 대부분이 소규모 속셈학원이면 10만원,대규모 학원은 50만∼1백만원씩을 관할교육청 직원들에게 바치고 있다.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규정대로 시설·정원기준을 지키지 않는 곳일수록 금품상납을 통해 단속을 피해야 할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교회도 상납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S교회 박목사(42)는 갑자기 찾아와 무표정하게 앉아있던 교통경관 2명이 아무소득없이 돌아간 다음주 일요일에 교회앞 인도에 세워둔 신도들의 승용차에 무더기로 불법 주차딱지가 붙은 것을 보고 일요일 마다 경관들에게 식비를 챙겨주고 있다. 인근의 다른 교회는 벌써부터 교통경관들에게 돈을 주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이같이 받은 돈을 상사에게 뇌물로 바쳐 인사운동을 한다. 한 경찰관은 「물좋은 곳」으로 옮기려면 최소한 50만원에서 2백만원까지 「이동비」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심야영업금지·퇴폐행위단속을 위해 강화된 처벌법규는 상납액의 단가를 높여 불법·비리를 살려둔채 「키워서 먹는 상납구조」를 견고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모구청 직원 김모씨(36)는 상납수수 행위에 대해 『떳떳하지는 않지만 그리 죄스럽지도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공무원들중에는 관내업소를 「내업소」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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