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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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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침몰할때 승객과 선원들을 퇴선시키고 선장은 배와 운명을 함께한 일화들을 혼히 듣는다. 지난 주말 남아프리카 인도양 연안에서 침몰한 그리스 선적 오세아노스호의 경우엔 선장과 선원들이 두번째 구명보트를 타고 피신해 버려 아마도 해난사상 처음보는 수치스러운 악례를 남겼다. ◆흔히 여러가지 사고중 불가항력적 이었다기보다 「인재」로 불리는 경우가 많지만 오세아노스호의 경우는 오만과 나태와 비겁함이 뒤섞인 인재로 지탄받고 있다. 폭탄이 선내에 밀반입됐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이 조사에 나서자 이아니스·아브라나스 선장은 자체 안전 요원들이 수색을 끝냈다고 경찰조사를 거절했고 배가 동력을 잃고 침몰하게 되자 선원들과 함께 먼저 도망쳤다는게 이제 밝혀지고 있다. ◆대조적으로 선내 오락을 맡은 음악가,마술사 등은 배에 물이 들어차고 있는 가운데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마술도 보여주곤 했다는 후문이다. 세찬 바람속에서 헬기,구조선 등이 12시간동안 5백여 승객들을 구조했는데 아직 지명은 구조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니까 비명과 음악이 범벅된 오랜 악몽을 상상하게 된다. ◆지난달 31일 우리나라에선 제대 5개월을 앞둔 병사가 물에 빠진 형제 등 4명을 구하고 자신은 익사한 일이 안타까운 여운을 남긴다. 며칠전엔 신혼의 30대가 또 물에 빠진 형제를 구하고 자신은 힘이 빠져 익사했다(한국일보 8일자 22면). 고귀한 살신성인이긴하나 자꾸 되풀이 되지 않아야할 희생들이다. ◆행락철이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고 본다면 조심성의 강조는 몇번이고 되풀이하게 된다. 4일엔 경남 가덕도에서 진해항으로 들어가던 여객선이 정원 초과로 침몰했으나 다행히 1백여 승객들은 모두 구조됐다. 정원초과로 인한 각종 사고는 그때마다 인재라고 지적됐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다. 관계기관,운영관계자,승객 자신 등이 침착과 확고한 결단을 몸에 익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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