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집권 2주년 가이후 연임 “흔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집권 2주년 가이후 연임 “흔들”

입력
1991.08.09 00:00
0 0

◎잇단 스캔들… 하시모토 “사임” 불구 파문확산/야 “호재 만났다” 공세…가을 국회 큰 홍역 예고【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의 증권스캔들이 행정책임자인 하시모토(교본용태랑) 대장성 장관에게 인책사임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정국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하시모토 장관이 사임할 경우 9일로 집권 2주년을 맞는 가이후(해부준수) 총리의 연대책임론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차기총리후보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하시모토장관은 직책상 부총리격인데다 자민당 최대파벌인 다케시타(죽하등)파의 「왕자」로 불리는 뉴·리더의 선두주자이다.

그의 중도하차는 가이후 총리에게는 「기둥뿌리의 동요」에 비견되는 타격이 될 것이다. 나아가 총재선거를 3개월 남짓 앞두고 본격화된 가이후 1년 연임론에 참물이 끼얹어질 수 밖에 없다. 증권스캔들이 몰고온 가을 정국은 그래서 시계제로 상태에 비유되고 있다.

하시모토 장관의 인책사임 압력은 세계증권사상 유례가 없다는 엄청난 규모의 불법보전사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거이에다 후지(부사)은행 등 큰 은행 간부들의 사기·불법융자 사건이 증권스캔들후에도 잇달아 발생했고 최근에는 그의 개인비서가 은행간부에게 청탁을 넣어 10수억엔을 특정인에게 무담보 융자해준 사건까지 터졌다. 또 8일에는 큰손 투자가들에 대한 손실보전에 항의하는 우익단체회원이 노무라(야촌) 증권본사에 난입,인질소동을 벌이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일련의 악재가 꼬리를 물고 터진 직후에 국회가 열리자 중의원 참의원 본회의에서 야당측은 일제히 주무장관의 책임을 성토하고 나섰으며 여당 대표 질의자도 재발방지책을 추궁했다.

최근 선거에서 새로 뽑힌 사회당의 다나베(전변성) 위원장은 불법보전 명단속에 정치가들은 정말 없는지를 따진뒤 『증권계의 나쁜 관습을 오래도록 묵인한것은 공범자로서의 책임을 모면할 수 없는 행위』라고 몰아붙였다.

이시다(석전행전랑) 공명당 위원장도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면서 관계증인의 국회소환을 강력히 요청했다.

8일의 참의원 본회의에서도 질책은 그치지 않았다. 해명요구에 따라 답변대에선 하시모토장관은 연거푸 고개숙여 사죄하면서 때로는 웃음끼섞인 목소리로 관계법 개정과 감시기구 설립 등을 골자로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누구의 입에서도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말은 나오지않고 있다. 야당측은 매일같이 장본인을 국회로 불러내 물실호기의 호재를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후 예결위가 열릴때 인책 사임을 요구할 계산이라고 한다.그러나 하시모토 장관은 이미 사임의사를 굳이고 소속파벌의 최대책임자에게 이를 통고했다.

더이상 당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방법이고 사태수습을 앞당기는 지름길임을 간파한듯하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딜레마이다. 일본정부 제2의 포스트인 후임자인선 문제가 복잡해지고 인책사임후 여진이 씻은듯 가라앉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가이후 총리의 연대책임론이 제기된다면 「가이후 연임론」 이외에 뽀족한 대안이 없는 다케시타파로서는 3개월후로 임박한 총재선거를 앞두고 격심한 후보옹립의 진통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고 날로 목줄을 조여오는 장관 해임압력을 버텨낼수도 없는 판국이다. 파벌 내부에서는 『증권 거래법 개정 감시기관 신설같은 일들을 끝내놓고 물러나게 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한다. 그렇다면 인책해임은 기정사실이고 남은 것은 시기 뿐인 셈이다.

증권스캔들말고 정치개혁 3개 법안 처리 문제,유엔평화유지군(PKF)에의 자위대 파견 문제같은 난제들이 이번 국회의 「다음타자」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남은 두가지 현안도 여당의 불만과 야당측의 일제반발이 불을 보듯 분명한것이어서 가이후 총리에게는 뛰어넘기 벅찬 장애물이다.

삼복중에 막을 올린 일본의 가을정국은 날로 격동의 파고가 높아질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