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소신·종교적 신조로 뭉친 강경파/미·소·세계여론 맞서 이스라엘 이익수호세계의 언론은 지금 이츠하크·샤미르 이스라엘 총리(76)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모스크바 회담에서 미소정상이 오는 10월내 중동평화회담 성사를 호언했지만 회담개최의 관건은 아직도 5척 단구의 샤미르총리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샤미르 총리는 지금까지 몇차례에 걸쳐 『중동평화회담에 이스라엘이 참가할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화회담 개최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샤미르 총리가 회담개최에 원칙상 동의하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쟁점인 팔레스타인 대표권 문제와 아랍점령지 반환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할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여론은 샤미르 총리의 이같이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대해 『꿩먹고 알먹으려는 배짱』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즉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지원,소련과의 국교재개 등 챙길것은 다 챙기면서 아랍국들로부터 빼앗은 영토는 한치도 내놓지 않으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샤미르총리의 전력을 들여다볼때 이러한 의혹은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말이 없고 늘 고독해 보이는 샤미르총리는 철저한 정치적 소신과 종교적 신조로 뭉쳐진 혁명가 타입의 정치가다. 1915년 11월 풀란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오니즘 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바르샤바대 법과에 재학중이던 35년 영국의 통치를 받던 현재의 이스라엘 땅으로 이주한후 대영 투쟁단체인 「이르군」의 일급요원으로 활약했다.
변장과 사격의 명수인 그는 48년 이스라엘 건국후 첩보기관인 모사드에 투신,유럽공작을 담당하면서 65년 시리아에서 처형된 엘리아후·콘 같은 탁월한 정보원들을 배출해 냈다.
70년 정계에 입문,83년 이름난 강경파였던 메나헴·베긴의 뒤를 이어 총리가된 샤미르는 전임총리를 뺨치는 강경노선을 걸어왔다.
샤미르총리의 정치신조는 『현재의 이스라엘 영토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부여한 땅』이라는 종교적 믿음,즉 시오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예루살렘을 팔아넘긴 배반자가 되느니 차라리 중동평화회담을 방해한 훼방꾼이 되겠다』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골란고원 등 이스라엘 점령지를 결코 양보할수 없다』는 등 샤미르 총리의 최근 발언은 중동평화회담에 임하는 그의 의중을 짐작케 한다.
샤미르 총리의 이같은 강경자세는 이스라엘에 대해 「평화의 대가로 아랍점령지의 반환」을 요구하는 미소 및 아랍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정면배치 되는 것이다.
미국은 샤미르의 고집불통을 꺽기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원조를 압력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매년 GNP의 6%에 해당하는 30억달러의 원조를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으며 올해에는 소련계 유대인의 정착을 위해 1백억달러의 특별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샤미르 총리는 그러나 경제원조를 앞세운 미국의 압력에 대해 『유대인 정착 비용문제는 아랍이스라엘간 분쟁해결과는 별도의 차원인 인도적 문제』라고 당당히 맞서고 있다. 외교의 상식과 기법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샤미르 총리의 독선과 독단에 대해서는 일찍이 70년대 세계외교를 주름잡았던 키신저가 『이스라엘에는 도대체 외교정책이란게 없다. 오직 국내정책만이 있을뿐 이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샤미르 총리는 어쩌면 자신을 미소 두 강대국과 여론이라는 골리앗을 상대해 싸우고 있는 다윗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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