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중인 건국대 입시부정은 내용을 둘추니 꼭 양파 껍질과 같다. 한겹 한겹 벗겨 갈수록 몇년에 걸쳐 있어왔던 비슷한 비리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대학의 내부가 썩을대로 썩어 입시부정이 고질화 되었음에 새삼 놀랄따름이다. 지성과 양식의 가면을 쓴 위선이 한심하기만 하다.지금까지 드러난 건국대 입시부정은 관련자가 1백여명이나 될만큼 규모가 크고 상습적이다. 재단이사장과 전직 총장급이 직접 개입했거나 간여한듯한 흔적이 뚜렷하다. 비리의 꼬리가 잡힌것은 교직원 노조의 폭로와 잇단 진정에 따라 지난 6월말께 교육부가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나서였다. 이 결과를 통보 받은 검찰은 전면수사에 착수,88년도까지 소급해서 부정이 자행되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소환 당한 학부모들의 실토로 1인당 1천만원에서 1억원씩 학교에 전달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대학입시 부정의 방법을 유형별로 보면 대체로 세가지다. 예체능계 실기점수 조작은 이미 널리 알려진 그대로이고,교직원 자녀 특례입학은 일부 사립대에선 관례화 되었으며 그밖에 미등록자 대신에 임의로 추가등록을 시키는 편법이 많이 이용되었음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건국대의 경우는 예비합격자의 순서를 깡그리 무시한데다가 학력고사 답안지와 내신성적을 변조하고 전산입력까지 조작,대담하게 부정을 저질러온 것이다.
방법도 방법이지만 대학의 최고 책임자들이 이런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다. 대학과 대학인의 양심이 실종되고 정직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아는 입시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한편 속임수와 돈을 동원해서라도 합격만하면 그만이라는 학부모들의 극성과 무모함 때문에 자격을 갖춘 수험생을 밀어내버린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현 제도와 규정때문에 피해자들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 해도 그럴수록 학교의 책임은 끝까지 철저하게 규명해서 학원풍토를 바로 잡아가야 한다. 검찰은 부정입학의 규모와 시기에 얽매이거나 개의치 말고 뿌리까지 파헤쳐 비리의 근원을 제거해야 마땅하다.
성적과 예비합격자 순서 조작을 밝힘과 더불어 30억원이 넘는 거액의 뒷거래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누구에게 흘러 들어갔는지도 소상히 밝혀내야 할것이다. 사학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비열한 변명에 귀를 돌릴 필요조차 없다. 관련된 전직 총장중 한명이 해외 도피중임은 뒤가 구리다는 것을 반증함이 아닌가.
잘못된 관례에 너그럽고 미온적으로 경고각서나 받아내는 교육행정도 이 기회에 큰 뉘우침이 따라야 한다. 강력한 예방조치가 진작있어야 옳았다.
입시부정은 대학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는 최악의 요인이다. 앞으로의 입시는 대학자율에 맡겨질것이 확실하다. 우골탑의 오명과 관행을 청산하지 못하면 혼란은 예측조차 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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