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여름 평양축전에 임수경양을 보냈던 전대협은 올해엔 소위 「국토종단 대행진」에 참가할 대표로 박성희양을 보냈다. 지난 6월24일 전대협 대표로 성용승군과 박양이 소위 통일대축전 실무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베를린에 갔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그러나 전대협이 2년전에 시도했던 모험을 지금에 와서 또다시 반복했다는 사실에 실망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 2년전 임수경양의 평양축전 참가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는 접어두더라도,그리고 남북문제에서 정부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정치적·법률적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면은 접어 두더라도 이번의 결정은 정당화될 수 없는 철부지의 불장난이 될 것이다.
전대협이 2년전 임수경양을 평양에 보낼 때와 비교해 볼때 최근 「분단상황」에는 본질적인 변화의 조짐이 익어가고 있다. 북한은 핵사찰을 받아들이고 유엔가입이라는 노선전환을 했고,김일성은 동유럽의 민주화를 시인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전대협이 가장 큰 투쟁명분으로 삼고있는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이러한 북측의 태도변화가 새로운 가능성을 예견케 하고 있다. 북한은 불가침선언과 3통협정을 묶어서 협의하자는 제의와 함께,일방적으로 중단했던 고위급회담을 이달말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전대협이 어떤 명분을 내세우건 통일은 궁극적으로 남북의 공식 당국사이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국제정세의 격변이 북측의 태도변화를 강요했건,또 북한의 경제난이 김일성으로 하여금 현실인정의 굴욕을 강요했건 어쨌든 과거 어느때 보다도 대화와 평화의 기운이 익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일부조직이 우리측의 법률적·정치적 법통에 도전하고 나선다면 모처럼의 대화와 평화분위기는 거꾸로 후퇴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대협은 어설픈 통일구호를 앞세워 대화와 평화를 훼방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전대협 협의 파트너로 삼았다는 소위 조선학생위원회는 전대협과 같은 임의단체가 아니라 북한노동당의 외곽단체임을 새삼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대협뿐만 아니라 「범민족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소위 조국통일 범민족연합측은 남북대결상황의 변화를 외면하는 시대착오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할 것이다.
국토행진이건 범민족대회건 대한민국의 법률적·정치적 법통과 권위를 전제로 해야한다. 전대협은 남북대화와 궁극적인 통일에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되는 어리석은 불장난을 더이상 진행시키지 않기를 촉구해 둔다. 우리 정부도 지난 7월 국토순례를 광복절 행사의 하나로 이미 제의해 놓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해두는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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