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해」 따른 구조적문제 내연 계속/당 활로 놓고 “자기갱생” “질서개편” 맞서/탈당·DJ결단등 태풍조짐야권의 하한은 신민당 내분사태가 말해주듯 매우 어지럽다. 그리고 이같은 어수선함은 그 전개양상에 따라 가을정국에 곧바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않아 정가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 들어서면 야권의 이같은 행보가 불투명한 여권사정과 맞물리지 않을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국전도의 예측을 더욱더 어렵게 하는 형국이다.
현재 야권진통의 진원지는 신민당이고,그 핵심요인이 정발연임은 주지의 사실. 신민당 내분의 직접계기가 조윤형 국회부의장의 남원 공천비리 발언인 것처럼 되어있지만 김대중 총재의 「철벽권위」가 소위 야권통합 서명파들의 조직화된 결사체,즉 정발연에 의해 심각하게 손상될 가능성을 우려한데서 비롯되었다는 측면도 크다.
즉,열흘이 넘도록 계속되는 내분이 표면적인 원인보다는 훨씬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뒤에는 광역의회선거 결과가 야권의 향후 전도에 치명적인 암운을 드리웠다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신민당 내분사태는 야권의 진로설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각축전이라고 볼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 각축전은 김총재 중심의 자기갱생을 주장하는 신민당 주류측과 『이대로는 절대 안된다』는 정발연측의 기존 질서개편요구로 압축될 수 있다. 정발연측의 현상타파주장은 야권통합이라는 해묵은 명분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광역의회선거의 충격적 결과는 이 해묵은 명분에 새로운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정발연이 당내 민주화와 함께 야권통합을 기치로 내건 이상 주류측과의 일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처음부터 지배적이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김총재 등 주류측이 광역의회선거가 끝난직후 『야권통합만이 야당의 선거승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를 재빨리 펴고 나선것도 역설적으로 선거결과가 야권에 몰고올 이같은 평지풍파를 너무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선이후 계속되어온 야권통합 논의에서 김총재 거취문제가 논란의 핵심이 되어온 「특이한」 이력과 이 문제가 결국은 지역성의 문제에 귀착되곤 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정발연 인사들의 주축이 서울출신 의원들이라는 사실이 김총재와 신민당의 지역적 한계성 극복이 지니는 비중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런점에서 현재 신민당 내분은 달리말해 이 「지역성」을 둘러싼 상호이해의 대립이라는 측면도 강하다.
즉,호남출신들이 대다수인 당내구조속에서 비호남 인사들이 대내·외적 자구모색을 본격화하고 나서는 과정에 「호남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나오는 파열음이 신민당내분의 또다른 성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89년 영등포을구 재선거이후 뚜렷해지기 시작한 호남대 비호남구도가 지난 광역선거를 통해 더욱 기승을 부린 현상을 놓고 당내 서울출신 의원들의 위기감이 높아져 가고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때문에 야당의 새로운 진로모색을 놓고 현격한 방법론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당연한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볼때 조부의장의 제명처리를 둘러싼 작금의 내분상은 설사 파국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다해도 재연가능성은 계속 남아있다고 봐야한다.
이와관련,정발연측이 야권통합을 위한 「독자행동」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점은 경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조부의장 제명을 중심으로 고조되는 긴장감의 초점은 단적으로 말해 정발연 소속의원들의 동조탈당 규모에 집중돼있다고 할것이다. 또한 이들의 집단행동 시기와 그 명분형성과정이 어느정도 규모의 후속파를 몰고 올지도 주목거리이다.
민주당이 지난 31일 갑자기 독자적인 야권통합방안을 제시하고 이에따라 신민당이 당통합추진위를 열어 이를 공식논의하는 등 이전투구의 내홍속에 야권통합 논의가 불쑥 제기되는 장면도 이와관련해 음미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정발연측과 민주당 통합파들은 구정치원로들과의 다각적인 접촉을 계속해왔고 이들 운신의 방향이 별도의 신당모색으로까지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을의 야권에 이상태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돼있는 현실인것.
따라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김총재의 정국구상일 수밖에 없다. 김총재가 장기적인 대여관계,여권내부의 복잡다단한 사정 등을 모두 감안하는 고도의 정국처방을 구상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권내부의 복잡한 여러현상과 예상되는 여러변수들이 바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