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노태우대통령의 임기가 1년반 이상 남아있는데도 민자당의 다음 주자가 누가 될것이냐는 문제로 정국이 한창 시끄럽다. 임기는 넉넉하게 남아있다 하더라도 임기만료 몇달전에는 선거를 치러야한다는 사실과 아울러 선거에는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 등을 감안하면 사실 지금부터 슬슬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그렇게 이른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지금 막 불이 붙고 있는 전초전의 양상을 보면 특정인이 후보로 공식 거론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서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김영삼대표를 의식해서 권력구조 형태와 정치일정과 후보선출 방법에 대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자면,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김대표의 반대편이고 내각제를 반대하는 당내사람들은 김대표의 지지파로 분류되고 있다.
정치일정에 대해서는 14대 총선후에 후보를 지명하자는 쪽은 김대표를 견제하는 세력이고 총선전 전당대회 개최론자들은 김대표 지지파로 구분되고 있다. 후보선출 방법에서도 김대표 견제파는 전당대회에서 표대결로 하자는 자유경선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김대표 지지파에서는 사전조정에 의한 만장일치의 추대지명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정리해 보면 결국 어느제도,어느시기,어느방법이 김대표의 여당후보 지명권 획득에 유리하냐 불리하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초전이 김대표를 겨냥해서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현재 민자당안에서는 유일한 선택으로 손꼽힐 만큼 우뚝선 인물이지만 당내 역학관계에서 볼때 최대계파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만일 당내 제1의 계보를 거느리고 있다면 이처럼 시끄러운 논란이 일어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제2의 소수계보를 끌고 있기 때문에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는 것이다.
당내 최대세력인 민정계에서 뚜렷한 대안제시가 없다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의 하나이다. 민정계안에도 여러사람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대중정치 기반이나 중량면에서 현재로서는 김대표에 견줄만한 인물이 없는게 사실이다. 민정계안에 김대표를 능가할만한 인물이 있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그만한 인물도 없고 또 그렇다고 김대표의 대결상대로 키울만한 사람을 선정하지도 못한 상태이다. 민정계안에 적절한 후보감이 없다고 해서 김대표를 무조건 밀어주겠다는 계획이 선것도 아닌것 같다. 밀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날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민정계안에도 후보감을 얼마든지 찾을수 있다. 정치지도자의 세대교체나 지역갈등의 해소 등을 동시에 풀수있는 카드도 있고 새로운 정치의 기수로 키울수 있는 재목들도 찾아 보면 있다. 문제는 민정계안의 결단이다. 지금처럼 계속 어물어물 한다면 더욱 어지럽게 헝클어진다.
민정계가 새 기수를 내세우는데에는 그만한 위험부담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극단적으로는 김대표와 민주계가 반발하여 뛰쳐 나가는 파국까지도 예상된다.
또 민정계가 새 기수를 중심으로 똘똘뭉칠수 있느냐는 것도 문제이다. 이 문제는 민정계가 김대표 지지를 결정했을때도 생길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권후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내려야할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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