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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넘어 「평화물결」 확인(미·소 신협력시대: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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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넘어 「평화물결」 확인(미·소 신협력시대:4·끝)

입력
1991.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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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양극대립 청산 새장/소개혁·민족문제 과제로【워싱턴=정일화특파원】 모스크바 미소 정상회담은 적어도 워싱턴에서는 매우 조용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신문들은 『실무적이다(businesslike)』 『스타일이 없는 따분한 회담이다(dull summit with no style)』라는 등의 제목을 붙이면서 비교적 흥분감없이 내용별로만 보도하고 있다.

국무부도 마거릿·터트와일러 대변인이 출국하는 경우 보통 리처드·바우처 부대변인이 계속해오던 정례브리핑을 이번에는 하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 정상회담은 적어도 극적상황을 만들어 내지는 못할것이라는 몇가지 이유가 드러나 있다.

첫째 소련은 이미 철의장막을 스스로 걷어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동서냉전 시대의 「악의 제국」으로 돌아서지는 못할것이라는 점이며 둘째는 이제 겨우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들어선 소련에 대해 미국이 도울수 있는 한계는 거의 명백하다는 사실이다.

자연히 실무적인 회담이 될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덤덤한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냉전시대의 종식이라는 입장에서 볼때 미소가 다같이 이 회담을 통해 현실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역사의 큰 장을 기록하는 의미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전략핵무기 제한협정(START)에 서명한후 『이는 미소 양국이 지난 반세기동안 담금질해온 군비경쟁시대를 뒤집는 전기』라고 말했다. 50년 불신의 시대를 청산하고 협력의 시대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도 말했다.

양대국이 핵무기 증강경쟁을 하는동안 상당한 지역분쟁들이 이 경쟁의 영향을 받아 야기됐었다.

한반도의 6·25나 월남전,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대전같은 전쟁은 미소간 양극대립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분쟁들이다. 「악의 제국」 소련에 의해 지원받아왔고 지금도 그 지원시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쿠바나 북한같은 입장에서 보면 『불신의 시대를 청산하는』 이번 모스크바 정상회담은 이들의 존재이유 자체를 흔드는 꼴이 된다.

소련은 이번 회담의 결과로 쿠바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에 한층 제한을 받게됐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소련의 개방정책이 더욱 표출됨으로써 이념적으로도 더많은 갈등을 빚게될 것이 틀림없다.

미소는 이번 회담에서 양국간의 항공협정,재난지원협정,의료공급협정,주택건설지원협정 및 경제기술협력협정 등의 5개 부문에 걸친 조약을 체결했으며 START의 경우도 『더 깊은 감축을 위해』 빠른 시일내에 다시 협상을 갖기로 합의했다.

미소가 적대관계에 있으면서 공산·민주 양진영의 관제탑 역할을 하던 시대를 그대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국제환경이 멀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미소가 동반자 시대를 열게됨으로써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점들은 아직도 허다하다.

우선 소련의 입장에서 보면 대외적으로는 스탈린시대의 유물인 발틱3국(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을 1940년 이전의 독립상태로 되돌려야 하고 쿠바나 북한 등에 대한 냉전시대적 지원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시장경제 체제로 가기위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원의 수많은 작업을 해야한다. 부시 대통령은 발틱3국이 무력충돌이 아닌 협상에 의해 1940년 이전의 독립상태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는 표현을 여러차례했다. 부시 대통령은 31일 모스크바 실업인들을 위한 조찬연설에서 자본주의 경제에 관한 설교를 했다.

자유시장경제는 자유인과 자유시장이 있어야 이뤄진다는 것,소련의 경제가 자유시장경제로 가기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로 가기위한 체제의 변화라는 것 등을 지적했다.

과연 고르바초프가 이런 엄청난 대내외적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낼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고르바초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여러 문제점의 표출을 역이용해 보수세력을 제압하면서 그의 개혁정책을 강화하는 요소로 사용할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부시 대통령은 이런 개혁을 강력히 지지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약속한 2천만달러의 현금지원과 최혜국(MFN) 대우가 이뤄진다면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입지는 보다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소련에 크게 내준것도 없지만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도 없다.

그러나 미소양국이 불신에서 신뢰로 가는 협력의 새시대를 열었다는데는 엄청난 의의가 있다. START는 바로 그 증거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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