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지원꺼림 불구 “적극” 자세/경제안정·보수파 견제에 도움지난번 런던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소련을 국제통화기금(IMF)의 준회원국으로 가입시키기로 결정했을 때 소련 언론들은 소련이 마침내 세계경제에 진입하게 됐다고 논평한 바 있다.
G7 정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서방선진국으로부터 구체적인 경제협력자금을 얻어내지는 못했으나 지난 70여년간 폐쇄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탈피해 세계경제의 일원으로 소련이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은 그 역사적 의미로 볼때나 현실적 측면에서나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미소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지난 G7 정상회담에 따른 양국간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문제를 비롯해 세계경제의 일원이 된 소련을 어느정도 빨리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시키느냐는 점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측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축의 양보에 대한 대가로 소련에 무역최혜국대우(MFN)를 부여하고 식량 에너지원조,항공협정 체결 등 몇가지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이같은 미국의 지원안에 소련은 물론 크게 만족할수 없는 상황이다.
소련의 경제상황은 올 상반기만 볼때 국민총생산(GNP)이 20% 하락했으며 외채는 6백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년간 소련 근로자들의 임금은 약 3분의 1 정도 상승한 반면 이에 따른 소비는 6분의 1 정도 밖에 늘지않아 통화팽창으로 약 2천5백억루블(1천3백90억달러)의 유동자금이 발생했다.
특히 경제체제의 불합리적 요인과 근로자들이 의욕저하 등으로 생산성마저 극히 저조해 국민들이 돈은 있어도 물건을 살수 없는 실정이다.
소련이 경제난국을 극복키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지원이 아쉬운 형편이지만 서방측은 소련경제의 불안정성을 들어 적극적인 지원을 꺼리고 있다.
일부 서방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89년이후 독일이 무려 5백69억마르크(3백30억달러)의 경제지원을 했으나 그 효과가 별무했다는 점을 들어 아직 소련에 대한 경제지원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차관 등을 공여할 경우 소련이 이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 여부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소련은 올해만도 약 2백억달러의 외채를 갚아야 하나 현재로서는 수출고가 저조한만큼 상환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리고리·야블린스키 전 러시아공 부총리와 함께 소련경제개혁안을 마련한 제프리·삭스 미 하버드대 교수같은 학자들은 소련의 외채상환을 유예해주는 대신 개혁정책을 적극 지원하는 방법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소련국내 재정적자는 석유채굴권 판매라든지 루블화의 태환화를 통한 외환관리의 현실화 등을 통해 메워나가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소련 경제개혁의 관건인 루블화의 태환화문제도 일부 낙관론자들은 서방측이 수백억달러의 「안정기금」을 지원해 줄 경우 92년초께 이를 부분적으로 나마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공 15개 공화국은 29일 금 다이아몬드 경화 등을 공동소유하고 외채상환도 분담한다는 「경제연합의정서」를 채택키로 결정해 대소 지원을 꺼리고 있는 서방국들에게 다소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이를 루블화의 태환화에 따른 경제적 불안정을 막대한 금융보유국인 소련이 금을 자체공화국별로 매각해 안정기금을 확보할수 있는 방안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의 지적처럼 소련경제의 불안은 새로 태동하는 국제질서의 가장큰 위험요소일 가능성이 높으며,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소련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시킬 책임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소련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맥도널드 햄버거와 피자헛 등으로 소련인들의 입맛만 미국식으로 길들여 놓고 시티뱅크 등 거대한 미국 금융재벌이 소련이 루블화를 장악하고 IBM 등 미국의 컴퓨터가 소련의 정보체제를 통제하는 식의 「경제적 냉전논리」로서는 결코 미소 양국의 신협력체제는 이룰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련이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에 실패했을 경우 세계는 또다른 냉전체제로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미국의 대소 경제원조는 또한 고르바초프가 추진하려는 군수산업의 민수화를 돕고 군과 KGB 등을 중심으로한 보수세력을 견제하는데에도 커다란 보탬이될 것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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