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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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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1917년 공산혁명 74년만에 드디어 마르크스 깃발을 내렸다. 어찌보면 비뚤어졌던 세계역사가 바뀌고 바로 잡히는 위대한 순간이랄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공산주의라는 붉은 깃발과 광풍이 몰아치면서 인류에 끼친 엄청난 과오와 시행착오가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특히 공산남침의 6·25로 3백만 동포를 잃은 우리에겐 드디어 내려지는 마르크스의 깃발이 주는 감회가 결코 예사로울수가 없는 것이다. ◆흔히 「역사는 오늘의 거울」이라고 한다. 공산혁명 당시 레닌이 이끈 공산당 볼셰비키가 저질렀던 무자비한 동족 상잔과 속임수를 생각하면 오늘의 종말은 시간은 좀 늦춰졌을 망정 역사적으로 미리 운명지어 졌을지도 모른다. 당시 쿠데타로 제정 러시아를 대신한 약체 임시정부를 뒤엎고 권력장악에 나섰던 레닌은 완강한 반대세력들의 저항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국가도 사분오열 된다. ◆제정왕당파 추종세력이 정예코사크병 등 볼셰비키 저항세력으로 소위 백군을 만들어 반격을 개시하자 레닌은 트로츠키를 앞세워 소위 적군을 만들어 무자비한 적색테러를 불사했다. 이 틈을 비집고 농민반도들은 소위 녹군을 만들어 온갖 약탈과 만행을 자행했다. 나라가 적·백·녹으로 나뉘어 싸우는 동안 70만의 군인과 7백만의 국민들이 죽었다. 또 위성국 및 연방소속국들이 다투어 독립을 선언,나라는 사분오열됐던 것이다. ◆서방 열강 및 일본 등 외국 세력들도 노골적 개입을 시작했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닌이 온갖 테러와 함께 농군들에게 땅을 나눠주겠다는 속임수마저 불사하며 무리하게 올려세웠던 피로 물든 그 적기도 1세기를 견디지 못하고 세찬 역사의 바람결에 갈갈이 찢겨버린 셈이다. 그리고 오늘 그 깃발을 내리면서도 큰 국론분열이나 동족상잔이 없는 것은 깃발을 올릴 당시의 억지와 대가를 모두가 자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백·녹·적기의 의미를 찾아볼 길이란 어디에도 없어 소련 사람들이 허망할 것이고 보면,한때의 정치적 잇속에 따라 쪼개졌다가 합치고 또 갈라서며 「대권」의 깃발을 역사앞에서 무리하게 올려보려는 일부 우리 정치인들도 어떤 교훈을 받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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