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내달 6일까지 11일간 체류/분열차단·대권잡기 구체화/가을정국 「후계대공세」 소지/「노·김대중 뉴욕동행·밀담」 가능성에 대응책도 주목○…대권향방을 둘러싸고 그동안 수면하에서 진행되던 민자당 각계파간 신경전과 힘겨루기가 최근 민정계의 잦은 회동과 대선거구제 논란 등을 거치며 본격화 조짐을 보여 가을정국이 심상치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삼대표는 27일부터 오는 8월6일까지 11일간 제주에 머물며 가을정국에 대비한 장고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그의 「제주구상」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표의 민주계는 지난 6·20 광역선거 압승이후 내심 후계구도와 관련해 「김대표 대세론」이 더욱 굳어졌다고 보고 후계구도 가시화의 시점과 방법을 탐색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여야영수회담후 여전히 걷히지 않고있는 청와대와 상도동간의 미묘한 기류나 박태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민정계의 심상찮은 움직임,당일각의 대선거구제 공론화시도 등은 김대표와 민주계에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대표의 이번 제주 장기체류를 통해서는 이같은 상황을 돌파,대권가도에 진입할 수순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게 당주변의 관측이다.
○…우선 김대표 제주구상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지금까지 그와 민주계가 추진해온 「선후계구도 가시화후 14대 총선」의 성사방법과 요구시점에 놓여질 것이라는게 정가의 분석이다.
이미 지난 18일 노태우대통령과 김대표의 정례회동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대통령의 대답은 「당분간 정치일정 논의는 불가」였다. 이 대목 역시 김대표와 민주계에는 큰 짐으로 작용하면서 상당한 절박감을 안겨주고 있는 인상이다. 연내 후계구도 가시화를 추진하면서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14대 공천전」을 설정하고 있는 민주계로서는 노대통령의 언급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에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런 사정때문에도 김대표의 제주구상은 이 문제에 모아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표의 민주계는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하는 9월은 노대통령의 통일외교가 하나의 획을 긋는 「노대통령의 달」이 될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적어도 민주계가 9월의 가을정국에 들어서자마자 후계문제와 관련한 시동을 걸지않을 것이란 전망을 낳게하는 부분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김대표의 최측근인 김덕용 의원은 『정기국회에 들어가도 10월중순께까진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둘러싼 여야협상이 정국의 주요이슈가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말을 유추해보면 어차피 민주계의 본격적 움직임은 그 이후에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된다. 일반적 관측대로 9월 정국부터 대회전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이다.
그러나 민주계의 이같은 의도와는 달리 노대통령의 유엔참석과 두김씨의 동행여부 등과 관련해 9월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적지않다. 따라서 김대표의 제주구상은 「유엔참석 문제」에도 비중이 두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대표 진영에서는 『대통령이 동행을 권유하는데 안 갈수야 있느냐』는 말로 김대표의 동행쪽에 비중을 두고있다. 한 측근의원은 지난 16일 청와대 정례회동때 김대표가 노대통령에게 유엔행을 고사하면서 김대중 신민당 총재와의 동행을 건의했다는 소문을 부인하면서 『김신민총재도 혼자서 노대통령과 동행하면 나중에 「야합」소리를 들을 것을 우려할것』이라고 말했다.
정가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노대통령과 김신민총재의 「뉴욕밀담」 가능성에 대한 김대표측의 시각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볼때 김대표 제주구상의 일단은 그동안 노대통령과 김대표의 하계휴가로 중단됐던 두사람의 청와대 정례회동이 재개되는 8월 둘째주 「만남」에서부터 드러날 여지도 있다. 이 자리에서는 UN참석 문제는 물론이고 최근 당내 일부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대선거구제 문제에 대해서도 노대통령과 교감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김대표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선거구제 문제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8월말까지는 당내의견이 집약돼야 하는 주요 현안중의 하나이다.
민주계는 후계구도 조기 가시화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은 결국 노대통령과 김대표의 「담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그 타협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당내외의 정치적 파급이 클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민주계의 「각오」인 것같고 김대표의 제주구상도 이에대한 묘수를 풀어내야 하는 작업이 될것이란 분석이다.
○…김대표는 이번 제주행에 가족과 수행비서 3명만을 대동하고 체류중 일절 외부인사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은 물론 측근의원이나 브레인의 방문도 금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류일정과 숙소가 하루·이틀간격으로 김종필 최고위원·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 등과 겹쳐있어 어차피 조우가 있을 전망이고 이 대목도 관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또 민주계가 김대표의 제주 장기체류에 대해 「하계휴가」쪽을 강조하는 반면 민정계 등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김대표의 장기 「칩거」속에 나온 구상은 반드시 폭발적인 추진력으로 나타난게 과거의 경험이기 때문일 것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