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 비호남·민주·민중 동조/지역구도 탈피·당사활 인식/“여 교란” “쉬운 당선 겨냥” 의혹에 내각제 고리부담광역의회 선거직후 여권 핵심부에서 제기된 중·대선거구제가 야권 일부의 공개적 호응에 힘입어 가시권에 진입한 느낌이다.
신민당의 비호남출신 중진들과 민주당,그리고 민중당까지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공개 거론하고 있다.
신민당은 아직 필요성 제기의 수준이지만 민주당과 민중당은 당의 생존을 위해 거의 당론화 하다시피하면서 공개적 거론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물론 선거구제가 지니고 있는 의원들의 사활적 이해를 감안할때 현행 소선거구제의 변경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성급한 일이지만 중·대선거구제의 공론화 과정은 눈여겨 봐야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신민당내 중·대선거구제론의 실체는 지난 22일의 당무회의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날 정발연의 회장인 노승환 최고위원은 『광역선거 결과 서울지역에서의 참패는 소선거구제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케하는 것』이라며 중·대선거구제를 공식 거론했다.
물론 소선거구제 당론 고수파들의 반격으로 논의가 더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금기시되면서 수면아래서 잠행만 계속돼온 이 문제가 공식회의 석상에 처음 올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바라보는 당안팎의 시선은 예사롭지가 않다.
그동안 신민당내에서 음으로 양으로 중·대선거구제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사람들은 주로 비호남지역의 3선이상 중진의원들이었다. 여기에 다수의 비호남권 다선출신 원외위원장 또는 원내복귀를 노리는 당원로급 원외인사들이 동조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이 내세우는 중·대선거구제의 장점은 대체로 세가지다.
먼저 「호남대 비호남」의 정치적 대결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영배 총무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한 지역감정의 틀을 깨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지역감정 등 단선적 요소의 작용보다는 인물 정당 정책 등 복합적 요소에 의해 당선이 좌우되는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음으로 「돈안드는 선거」와 「인물을 선택하는 선거」가 있게하기 위해서다.
소선거구제하에서는 돈=당선의 등식이 성립할 여지가 크므로 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중·대선거구제가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민당의 지역당 탈피를 통한 수권정당화를 위해 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민당이 비호남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큰 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제이며 이를 위해 여당이 마땅한 「안전장치」를 강구하는데 동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이같은 논리에 대해 당안팎에서는 만만치않은 비난과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즉,『여권이 선거구제 문제를 놓고 내부이견을 보이고 있는 점을 겨냥한 여권 내부교란용이 아니냐』는 당밖의 사시가 그것이다.
또 당내에서는 중·대선거구제론자들이 주로 지명도가 있는 중량급 인사들임을 지적,『이들이 돈안들이고 쉽게 당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중·대선거구제를 논하고 있다』며 곱지않은 눈길을 보내는 이도 있다.
이와함께 일부 주류측에서는 『정발연 등 비주류측이 중·대선거구제하에서는 당지도부의 의원들에 대한 장악력이 약화되는 점에 착안한것 아니냐』는 견해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신민당에서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대선거구 지지발언을 했던 김영배 총무조차도 『중·대선거구제가 양당체제 구축에 도움이 되지않고 다른 야당에 더 도움을 줄수 있다』며 『따라서 신민당이 당론을 변경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총재의 『정치는 살이있는 생명』이라고 지론이 선거구제 논의에도 적용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창당당시부터 줄기차게 소선거구제를 고집해오던 민주당은 지난번 광역의회선거를 거친뒤부터 중대선거구제 선호입장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당초 민주당이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걸었던 것은 「야권통합을 위해 민주당을 만든다」는 창당이념에 따라 소선거구제여야 야권통합 논의가 가능해지고 그래야만 정권교체를 위한 통합수권 야당을 건설할 수 있다는 명분에 입각해서였다.
그러나 광역의회선거의 참패는 당의 존립자체를 위협하게 됐고 생존을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팽배해지게 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당내의 일치된 희망사항이 되었고 이기택 총재는 『민자당과 신민당이 우리에게 유리한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을 허용하겠느냐』고 반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적이고 절대적인 「희망사항」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선뜻 소선거구제 포기를 공개적으로 주창하지 못하는 것은 중·대선거구제가 내각책임제로의 이행을 전제하고 있다는 일부의 시각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도 『현 상황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실시된다는 것은 다당제를 통한 내각책임제 권력배분을 전제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의석수야 지금보다 다소 늘어나겠지만 정치파트너로서의 무력감이나 권력접근에 대한 소외감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쨌든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광역의회선거를 겪으면서 「소선거구제하에서의 조직과 자금의 한계」를 충분히 절감했다. 따라서 당론이 소선거구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총재로부터 원외지구당 위원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두가 중·대선거구제를 「현실적인 당론」으로 이미 내정해 놓았다고 볼수 있다.
○…민중당은 중·대선거구제와 내각책임제의 고리와 관련해 현실과 당위간의 갈등이 혼재하고 있는 상태이다. 내각책임제 개헌반대를 당론으로 하고 있으면서 또한 중·대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당은 권력구조의 기본틀을 「보혁구도」에 두고 있는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직선제 보다 내각책임제가 유리하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내각제 논의가 3당합당의 전제였고,여권의 영구집권 음모에서 비롯되었다는 판단아래 「결사반대」로 당론을 정했던 것이다. 이와관련,한 당직자는 『권력의 형태와 성격은 분리돼야 한다』고 말해 당위로서의 내각제는 찬성하되 현재의 민자당은 도덕성의 하자때문에 내각제를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우재 공동대표는 22일의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현행 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를 내각책임제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얘기를 했다는 것은 커다란 입장변화로 여겨진다.
얼핏보면 중·대선거구제라는 기존의 민중당 당론을 거듭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내각제 수용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볼수도 있는 대목이다.<정병진·신효섭기자>정병진·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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