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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선도 「철의 여인」 될수 있을까(불의 여재상 크레송: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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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선도 「철의 여인」 될수 있을까(불의 여재상 크레송:1)

입력
1991.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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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개혁” 진가발휘/경제신장 임무 떠맡아/사회당 고전·「발언파문」 등에 인기는 바닥독일 통일과 유럽공동체(EC) 통합의 가속화는 유럽정치 지도를 바꾸면서 기존사고의 틀을 깨고 있다. 40년의 전후 질서속에 안주해온 프랑스는 최근 경기불황과 이민문제 등으로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당 집권 10년과 크레송 총리의 발탁이후 격변하는 프랑스의 정세를 몇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주>

프랑스인들이 일년내내 꿈꿔온 바캉스가 시작된 지금 『누구보다 바캉스를 고대하는 사람은 아마도 크레송총리 일것』이라고 최근 프랑의 한 잡지는 지적했다.

일촉즉발의 발언 파문,바닥을 헤매는 인기,우파의 파상공세 등에 직면한 크레송에게는 며칠에 불과한 휴가일지라도 「휴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실시된 주르날드 디망쉬지(일요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크레송의 행동에 만족하는 의견은 18%에 불과했으며 유보적 태도는 45%였다. 이는 프랑스 제5공화국 33년 역사상 최저의 인기도이다.

그러나 크레송 총리는 자신은 프랑스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여론조사를 위해 일하는게 아니라며 태연해 하고 있다. 그녀는 또 스스로를 「강철」이라고 부르면서 프랑스를 위한 일이라면 그 어느것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가볍게 응수했다.

『일본은 개미처럼 일하며 세계 제패만을 꿈꾼다. 행글로색슨은 호모 성향이 강하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격랑을 일으키는 크레송 총리는 일단 「잠자는 프랑스」를 깨워 부글부글 끓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사회당 10년의 장기집권에 따른 사회의 권태와 해이라는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미테랑 대통령이 「수동적」인 인물이라고 판단했던 로카르총리가 일단 물러나고 직선적인 크레송여사가 그 자리에 앉은것은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테랑 대통령은 작년 9월 공식적인 통독을 수일 앞두고 열린 불·독 정상회담때 역사의 결정인자는 인구수도 땅덩이도 군사력도 경제력도 아니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당시 유럽장관을 지내던 크레송여사는 세계에서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프랑스는 방관만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 국가의 비중은 경제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선언한뒤 로카르 내각을 떠났다.

하지만 크레송의 직선적 발언이 일으킨 바람이 대내외적 분위기를 일신하리라고 판단한 미테랑 대통령의 정치본능은 심복중의 심복인 그녀를 유럽장관직 사임 7개월만에 「부흥」 시켰다.

미테랑은 『프랑스의 경제력 신장을 위해 허송세월할 시간이 없으며 마담 크레송은 93년의 목표를 달성할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15세기 영국의 침략에서 조국을 구한 잔·다르크처럼,통일 독일과 장벽이 없어지는 단일 시장이 형성되는 유럽공동체(EC) 통합 및 지구적 규모로 전개되는 일본 경제력의 압박 등에 대처키 위해 산업경쟁력을 키울 「미션임파시블」을 크레송은 떠맡은 셈이다.

내정면에서는 달아나는 좌파유권자를 끌어모아 93년 총선승리를 목표로 삼았다. 7월10일자 피가로지 여론조사는 총선이 실시될 경우 우파가 52%,좌파가 35%를 득표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회당의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프랑스는 제4의 경제대국이지만 경쟁력은 80년 4위에서 90년 15위로 전락했고 실업률은 9.7%(여성 포함)에 이르러 2백70만명이 실직자다. 대외수지도 82년의 1백50억달러 흑자에서 90년에는 1백억달러 적자로 반전했다.

물론 프랑스의 노조조직률은 경제협력개발(OECD) 24개 회원국중 가장 낮은 12%지만 모든 문제를 거리로 들고나오는 프랑스인들의 습성때문에 일부 산업은 늘 「파업중」이라고 해야할 판이었다.

작년에 서독의 스포츠용품 회사인 아디다스를 인수,「의지의 프랑스인」으로 부각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올림픽 마르세유 축구구단주에 무소속 하원의원 이기도한 베르나르·타뢰씨는 프랑스의 상황을 명쾌하게 진단한다.

『늘 한 부류가 파업중이기 때문에 비행기도 제때에 탈수없고 경관조차 거리에 나서는 나라가 어떻게 신뢰를 유지할수 있겠는가.

프랑스인들은 프랑스판 대처를 고대하고 있다. 크레송은 프랑스를 구할수 있는 고통스런 정책을 취할수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판 대처의 자격이 있다』

크레송은 과연 프랑스의 철의 여인이 될수 있을까.<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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