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니달과 수천만불… 가명계좌 밝혀져/“메이저총리도 알면서 방치”… 정치문제로최근 세계금융가를 강타한 BCCI은행의 금융스캔들이 영국 정가에 일대파문을 몰고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20일 BCCI은행이 전세계적으로 악명높은 테러리스트 아부·니달과 수천만달러를 거래해왔다고 폭로하면서 존·메이저 영국총리가 이 사실을 알고서도 방치함으로써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닐·키녹 노동당수의 주장을 함께 게재했다.
이 신문은 BCCI은행의 도산 뒤처리를 위해 영국은행이 구성한 조사위원회가 BCCI와 아부·니달의 밀접한 거래관계를 입증하는 40개 이상의 가명계좌를 적발했으며 이를 통해 아부·니달이 이끄는 이른바 「파타혁명위원회」 등 팔레스타인 게릴라조직들에 수천만달러의 테러자금이 공급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레바논 인질억류의 중심조직으로 알려져 있는 「회교선전」 쪽으로도 BCCI의 돈이 흘러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밖에 BCCI는 사담·후세인 이라크대통령과도 거래를 트고 있었다고 더 타임스지는 덧붙였다.
문제는 미국 등 서방 각국 정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지목돼온 국제테러분자 아부·니달에게 BCCI가 자금을 제공하고 있음을 메이저 영국총리가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는 키녹 노동당수의 주장이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영국정가에는 커다란 파란이 일어날 게 틀림없다.
지난 72년 파키스탄의 금융가 아가·하산·아베디의 주도 아래 아랍권의 경제계 실력자들이 출자해 세운 BCCI는 지난 5일 영국정부에 의해 자산동결 조치와 업무정지 명령을 받아 국제금융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영국정부는 당시 이 은행이 이중 장부를 만들어 불법거래를 하며 엄청난 액수의 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특수사법기관인 중대부정수사국에 수사를 지시했다.
영국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그러나 BCCI은행의 주고객층이었던 영국내 아시아인 사회와 제3세계 거래자들의 의혹에찬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즉 BCCI은행에 대한 영국정부의 조치뒤에는 이 은행의 사세확장에 위협을 느껴온 영국계 은행의 로비가 작용한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BCCI은행의 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영국정부에 강한 항의를 제기하면서 이 은행의 자산을 되찾기위한 조치를 강구해왔다.
하지만 영국당국이 BCCI은행 런던지점을 급습,자산동결 및 업무정지를 명령하고 범죄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이후 미국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한국 등 각국에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이로인해 전세계 65개국에 지점을 개설하고 있는 BCCI은행의 총자산 2백억달러 가운데 75% 가량이 현재 각 해당정부에 의해 동결된 상태다. 다만 파키스탄을 포함한 몇몇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등 대표적인 제3세계 국가들만이 BCCI은행 지점에 대해 영업을 계속 허용하고 있다.
어떻든 지금까지 BCCI은행에 대한 영국정부의 조치는 이 은행이 개발도상 국가간의 경제협력을 도모하고 서방의 부를 제3세계 국가로 이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온 금융기관인가 아니면 「다국적 경제범죄회사」 인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켜왔다. 메이저 영국총리가 BCCI은행의 부정사실을 사전에 알고있었다는 키녹 노동당수의 주장은 그동안의 논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갈 것으로 보인다.<런던 외신="종합">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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